영국 물가가 겉잡을 수 없이 오르고 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4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통계청(ONS)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11.1% 올랐다"고 발표했다. 4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월(10.1%) 대비 1.0%포인트(p)나 뛰었다. 시장 추정치(10.7%)도 0.4%p 웃돌았다. 11.2%를 기록했던 1981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지난 6월 9.1%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달 7.7%로 떨어진 것과 달리 상승세다.

ONS는 "정부의 에너지 가격보장제도 도입에도 불구하고 전기, 가스, 기타 연료 등에서 상승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가격보장제도 도입이 없었다면 이번 물가상승률이 11.1%가 아닌 13.8%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게 ONS의 설명이다. 영국은 지난 9월 부임했던 리즈 트러스 전 총리에 의해 에너지 가격 상한제를 도입한 상황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연간 물가상승률 2%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에너지, 식품 등 변동폭이 큰 상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5%를 기록했다. 이 또한 전월(6.4%) 대비 높다. 식품과 음료의 물가 상승률은 16.4%를 기록해 1977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매체인 가디언에 따르면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사진)은 "코로나19 여파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영국과 전세계에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 교활한 세금(인플레이션)은 급여, 가계 예산·저축 등을 잠식하면서 장기적인 경제 성장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일 가장 취약한 이들을 보호하면서 부채를 줄이고 안전성을 제공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완화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