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병언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병언 기자
국회 국방위원회는 8일 작성한 ‘2023년도 예산안 예비심사 결과보고서’에서 지출 요구액을 정부안 대비 7834억원 늘렸다. 이 중 상당액이 물가와 환율 상승을 명목으로 한 증액 요구였다. 격오지·비무장지대 근무자의 특식 예산을 179억원 늘리고, 파병 부대 유류비를 49억원 증액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증액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물가·금리·환율 상승에 경기 침체 대응 등 각종 명목으로 지출을 확대하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여야는 경쟁적으로 선심성 예산 사업을 늘어놓고 있어 정부의 긴축 기조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고물가 빌미 증액 요구 봇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 ‘2023년도 예산안 종합검토 보고서’에서 “물가 상승 시 2023년도 예산안 편성 세부 지침을 통해 산정·적용된 다양한 단가가 시장가격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추가 지출 소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결특위에 따르면 정부 예산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9월 초 국회에 제출되기 때문에 기획재정부는 통상 6월 말 발표되는 ‘경제정책 방향’의 경제 전망을 토대로 예산안을 편성한다. 국회 예산안 심의는 11~12월에나 본격화하는 만큼 그사이 각종 경제 변수에 변동이 생긴다는 것이 예결특위의 지적이다.

각 상임위도 이에 따라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한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외교통일위원회는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북한 이탈주민 정책 및 지원체계 운영’ 예산을 정부안보다 6억5000만원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여야도 당 차원에서 주요 과제를 제시하며 예산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고물가·고유가를 반영해 경로당 냉난방비 예산을 70억원 증액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물가 상승 속에서 지역화폐 혜택까지 줄어들면 서민의 삶이 더 팍팍해질 것”이라며 지역화폐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화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트레이드마크’ 사업이었다.

여야는 각종 현금 살포성 예산도 대거 증액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에서 내년에 월 4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만 5조40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드는 사업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아동수당 지급 대상 확대(8세 미만→12세 미만)에는 내년에 3조5000억원의 예산이 더 든다. 국민의힘도 아동수당 지급액을 연간 최대 8500억원 늘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부, 긴축 기조에서 물러서나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증액이 결정된다고 해도 그대로 최종 예산안에 반영되는 건 아니다. 예산 삭감과 달리 증액은 기재부가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재부도 일부 사업은 증액에 나설 조짐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7일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노인 일자리 예산 확대를 요구하는 의원 질의에 “공공형 일자리를 늘리는 부분을 국회와 상의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9월 국회에 낸 예산안에서 내년도 노인 일자리를 올해보다 2만3000개 줄인 82만2000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지율 하락과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가 퇴색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며 “국회의 증액 요구에 정부가 중심을 잡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강진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