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신임 대표에 전혜경 유엔난민기구 미얀마 사무소장(54·사진)이 임명됐다. 임기는 3년. 전 대표는 스위스 제네바 본부 모금 및 정부 관계 담당관, 유엔난민기구 아시아·태평양국 특별자문관, 아프가니스탄 사무소 프로그램 관장 부소장보 등을 지냈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한국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단 한 번도 난민 유입을 막지 않은 거의 유일한 나라”라며 정부에 감사 의사를 표했다. 여론조사에서 난민 수용 찬성 비율이 2년새 9% 올랐다는 점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제임스 린치 UNHCR 한국대표부 대표는 14일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 난민을 돕고 지원하는 데 힘쓰는 ‘난민 친화적인’ 국가”라며 “적극적으로 난민 수용에 힘쓴 한국 정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린치 대표는 “제주 예멘 난민 사태 이후 시민 인식이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바뀌기도 했다”고도 강조했다. UNHCR이 지난달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난민 수용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3%였다. 이는 2018년 제주도에 예멘 난민 500여명이 들어왔을 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의 찬성 의견(24%)과 비교해 9%포인트 상승한 결과다. 하지만 동시에 반대 비율도 2018년(53%)과 비교해 3%포인트 오른 56%를 기록했다.UNHCR 친선대사로 활동하는 배우 정우성씨도 화상으로 참석해 제주 예멘 난민 정착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정 씨는 “일부에서 우려했던 것처럼 제주 난민은 우리 사회에 위험한 존재가 아니었다”며 “이들이 2년이란 기간 각자 삶에 충실하고 한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말했다.린치 대표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도 한국이 반(反)난민 정책을 펴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올 초 이후 난민에게 국경의 문을 열어놨다”며 “난민 정책과 지원에 모범적인 국가”라고 설명했다.한국은 1992년 난민의 지위 협약(난민협약)에 가입한 뒤 2013년 아시아 국가중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시행했다. 난민협약은 모든 난민이 차별 없이 보호받아야 하고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국가에 송환이 금지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UNHCR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이 낸 난민 후원금은 4700만달러(약 512억 원)가 넘는다. 최근 정부는 미얀마 로힝야 난민을 위해 1000만달러(약 109억 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에 정식 체류 허가를 받은 난민은 3406명이다. 린치 대표는 “올해는 유엔난민기구 창설 70주년인 동시에 6·25전쟁 70주년인 해”라며 “대한민국 국민들도 난민이나 실향민이 된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한국에 온 난민에게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의료와 생계 지원이 필요하다”며 “앞서 정착한 난민들도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면서 한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12월 글로벌 난민 포럼 앞두고 한국 정부에 지원 확대 촉구"한국 정부는 교육 분야와 경제 원조 등에서 전 세계 난민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많습니다."제임스 린치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는 내달 17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제1회 글로벌 난민 포럼을 앞두고 20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 '글로벌 난민 포럼 언론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글로벌 난민 포럼은 지난해 12월 181개 유엔 회원국에서 채택된 글로벌 난민 콤팩트(합의)의 구체적인 공약 및 기여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열리는 포럼이다.유엔난민기구 한국 대표부는 지난 18일 한국 외교부 및 법무부 등과 만나 난민 포럼에서 한국 정부가 내놓을 공약을 제안하기도 했다.린치 대표는 "최근 난민 문제에서 중요한 이슈로 거론되는 것 중 하나가 교육"이라며 "교육이 난민이 고향에 돌아가거나 머물러 있는 나라에 재정착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그는 "특히 한국은 교육 수준이 매우 높고 첨단 기술도 있다"며 "원격 교육 등의 방법으로 대규모 난민 캠프에 있는 난민들에게 직업교육 등을 통해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경제적 원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그는 "한국은 많은 개발원조로 저개발 국가들을 돕고 있다"며 "대규모 난민을 보호하는 많은 저개발 국가를 후원하는 것에 개발 원조를 연계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그는 한국의 난민법을 다른 나라와 공유할 수 있는 우수 사례로 꼽았다.린치 대표는 "한국처럼 난민법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이는 기준을 정한 나라는 많지 않다"며 "어떻게 이런 법안을 만들고 기준을 세웠는지 공유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그는 "한국 국민은 전쟁을 경험하면서 강제로 집을 떠나는 것이 어떤 일인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도 정부와 민간 후원을 통해 유엔난민기구를 많이 도와주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많이 기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한편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난민 출신 귀화인 로넬 차크마 나니(한국명 이나니) 씨는 "난민도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나니 씨는 방글라데시 남동부 치타공 산악지대에 사는 '줌머족' 출신으로 줌머족 자치권 보장 운동을 하다 박해를 피해 2000년 한국에 들어왔다.이후 2004년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고 2011년 한국으로 귀화했다.지금은 김포시 외국인 주민지원센터에서 상담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그는 "난민이 한국 사회의 부담이 된다고만 생각하는데 오히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점이 더 많다"며 "난민 출신의 통역인도 많고 사업을 하면서 고용주가 돼 한국에 일자리를 만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그는 "당장 제 아들은 최근 학생군사교육단(ROTC)에 합격해 내년부터 국가 안보에 기여할 예정"이라고 소개하며 난민들이 여러 방법으로 한국에 기여할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연합뉴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활동…"성급한 대안 찾기보다 이해하는 마음으로 봐주길"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하는 배우 정우성 씨가 "난민은 우리의 새로운 이웃"이라며 "친구가 되는 과정에서도 오해가 생길 수 있는 것처럼 지금은 난민과 우리 사회에서 그런 오해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정 씨는 20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글로벌 난민 포럼 언론브리핑'에 참석해 우리 사회에서 난민 문제와 관련 가장 큰 어려운 점으로 '오해'를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정 씨는 2014년 5월 유엔난민기구 명예사절이 됐고, 2015년부터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다.지난 5년 동안 네팔과 남수단, 방글라데시 등 7개국의 난민 캠프를 방문했다.지난 6월에는 그동안의 난민 활동을 담은 에세이집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을 내기도 했다.정 씨는 "5년간 난민 보호 활동을 했는데 그사이 전 세계에서 난민이 2천500만명 늘었고 지금도 평범한 사람들이 실향민 신세에 놓이고 있다"며 "이런 추세면 더는 난민 보호책임을 난민이 발생한 국가의 주변국만의 문제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실제로 한국에서 난민 문제는 다른 나라의 문제로만 인식됐지만 지난해 제주 예멘 난민 문제를 겪으면서 중요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정 씨는 "난민 문제를 놓고 여러 가지 이해 충돌이 생기면서 빨리 해답을 찾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지금은 새로 생긴 이웃을 어떻게 이해할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정 씨는 "우리가 이웃을 알아가는 과정에서도 오해와 선입견이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런 오해는 줄일 수 있다"며 "지금은 이런 오해를 줄이는 과정이고, 다행히 빠른 속도로 간극이 좁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성급한 대안이나 답을 제시하기보다 사회 변화 속에서 같이 이해하는 마음으로 난민을 바라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