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업체 자체 수색 실패…사고 14시간 반 지나서야 신고
20년 전 만든 안전도 보면서 구조 시도해 연거푸 실패

봉하 광산매몰 사고 고립자 구조 앞당길 수 없었나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고립 사고 발생 열흘째인 4일 작업자 2명이 극적으로 무사 생환했지만 부실한 구조 작업에 대한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구조 당국에 따르면 봉화군 재산면 길산리 한 아연 채굴 광산 제1 수직갱도 지하 190m에서 조장 박씨(62)와 보조작업자 박씨(56)가 고립된 것은 지난달 26일 오후 6시께였다.

사고는 약 900t(업체 측 추산) 분량의 펄(토사)이 갱도로 쏟아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업체 측은 사고 즉시 119 등 구조 기관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당시 업체 측은 5명을 구조한 뒤 박씨 등 2명을 구조하지 못 하자 그제야 119에 신고했다.

사고 발생 14시간 반이 지난 뒤였다.

두 작업자의 가족들도 뒤늦게 업체 측으로부터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봉하 광산매몰 사고 고립자 구조 앞당길 수 없었나
아까운 시간은 천공(구멍 파기) 작업 과정에서도 허비됐다.

구조 예정 지점 좌표를 잘못 설정하면서다.

업체 측과 구조 작업에 나선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지난달 29일부터 천공기로 76㎜, 98㎜ 크기의 구멍을 각각 뚫어 고립자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고 식수와 의료품 등을 제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작업은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연거푸 실패했다.

광산안전법 시행령상 업체 측은 광산 내부 지도에 해당하는 안전도를 매년 광산안전사무소장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지만 정작 이 작업에 이용된 안전도는 2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져 작업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봉하 광산매몰 사고 고립자 구조 앞당길 수 없었나
한 작업자 가족은 "1차 시추 작업 과정을 좀 수사해달라. 도대체 어느 전문가가 저 좌표를 지정했냐"라며 "시추 작업이 이뤄지는 곳은 위험한 공간도 아닌데 왜 가족의 접근을 금지하느냐"고 항의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업체가 가지고 있는 도면이 오래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라며 "첫 시추 때 급해서 우선 업체 측이 가진 도면을 바탕으로 작업을 시작했다"고 해명했다.

이 광산에서는 지난 8월 29일에도 같은 수직갱도 내 다른 지점에서 붕괴사고가 발생, 2명이 숨지기도 했다.

업체의 늑장 신고나 잇따른 사고 등과 관련해서는 경찰 수사 등으로 책임소재가 밝혀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고 발생 초기 가족과 업체 간 논란이 됐던, 펄의 성격 규명도 시급해 보인다.

고립자 가족들은 사고가 난 업체 종사자들의 말은 근거로 "업체가 수직갱도 인근에 매립한 광물찌꺼기(슬러지)가 갱도로 유입됐다"고 주장했지만 업체측은 이를 부인했다.

업체측은 "허가받은 광미장(돌가루를 모아 두는 장소)을 운영 중이며, 슬라임(끈적끈적한 형태의 폐기물)은 다 거기로 보내고 있다"며 "1970년대나 예전에는 아마도 (슬라임으로) 갱도를 막고 거기다가 충진(빈 갱도를 채워넣는 것)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광산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로부터 지반 침하 및 붕괴 우려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안전명령' 조치를 받았으며, 사무소측은 안전명령 조치 이행 여부를 수사할 예정인 만큼 결과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