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우스빌둥'이 낳은 기적
한국 고교생이 4년제 대학이나 전문대에 진학하지 않고 탄탄한 직장 생활을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막대한 빚을 지게 된다거나, 가족에게 부담을 주게 되지는 않을까?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독일의 이원화 직업 교육인 아우스빌둥(Ausbildung)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한독상공회의소(KGCCI)는 한국에서 인기 있는 독일 자동차 브랜드와 협력해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교생들은 자동차 정비 기술자가 되기 위해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에 지원하면 된다. 합격한 학생은 다임러트럭코리아, 만트럭버스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포르쉐코리아, 폭스바겐그룹코리아, BMW그룹코리아 등의 서비스센터에 채용돼 일을 배우며 돈을 벌기 시작한다. 이어 대학에 입학한 후 국내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이것이 아우스빌둥의 이원화 직업 교육이다. 서비스센터에서 실무 교육을 받는 동시에 대학에서 이론을 학습하는 방식이다. 전체 트레이닝 기간은 36개월로, 24개월은 실무 교육 기간이고 12개월은 대학 교육 기간이다.

2017년 전국 직업계고에 아우스빌둥 설명회를 다니던 생각이 난다. 처음엔 별 관심이 없던 학생들에게 아우스빌둥을 통해 독일 유수 브랜드와 함께 일하고 또 대학도 갈 수 있다고 설명하면 학생들의 눈빛이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 몇 달이 지나고 담당 교사가 한독상공회의소에 전화해 이렇게 얘기했다.

“학교에서는 지금 날마다 기적을 체험해요. 학생들이 교사에게 먼저 와서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합니다. 아우스빌둥에 합격하고 싶다고 애들이 밤 9~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요청합니다. 개교 이후 이런 이야기를 학생이 먼저 와서 한 건 처음이에요.”

학생이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좋은 교과서뿐만이 아닐 것이다. 공부해야 할 동기가 주어졌을 때, 비로소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고, 이 기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인재 전쟁의 시대다. 모든 산업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엔지니어링 및 기술 분야에서는 숙련된 인재 수요가 엄청나게 높다. 아우스빌둥은 젊고 우수한 한국인을 채용하는 지속 가능한 방법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아우스빌둥을 통해 졸업생들이 제대로 된 보수를 받고, 적절하게 평가받으며, 경력 발전을 위해 충분히 지원받는다면 자신의 회사를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