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닙 반려견 챗봇 코코 마스 이미지.
튜닙 반려견 챗봇 코코 마스 이미지.
최근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자연어처리(NLP) 관련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AI 스피커, 챗봇 서비스, 전화 상담 등 다양한 곳에서 NLP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관련 기술과 시장을 국내 유망 AI 스타트업이 혁신하고 있다는 평가다.

○AI 스피커가 초기 시장 키워

'자연어처리' 시장 급성장…튜닙 등 국내 스타트업이 혁신 주도
NLP는 컴퓨터와 사람의 언어 간 상호 작용에 대해 연구하는 AI의 주요 분야 중 하나다. 머신러닝을 통해 인간의 언어를 공부한 AI가 사람의 말이나 문자를 이해하고 다양한 업무를 처리한다. 학계에서 과학자들이 연구하던 NLP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AI 스피커가 나오면서다. AI 스피커는 ‘오늘의 날씨는 어때?’, ‘신나는 음악 들려줘’ 등 이용자의 말에 관련 정보나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로벌 통계 플랫폼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NLP 관련 시장은 지난해 175억달러(약 25조1090억원)에서 2025년 433억달러(62조1138억원)로 급격히 커질 전망이다.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수인 NLP 산업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튜닙은 NLP, 초대규모 AI 등 고난도 AI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업체다. 카카오의 AI 전문 자회사 카카오브레인 출신인 NLP 엔지니어들이 주축으로 지난해 3월에 설립했다. 박규병 튜닙 대표는 카카오브레인 설립 단계부터 NLP팀을 이끌며 EMNLP, 인터스피치 등 해외 최고 권위의 AI 학회에서 1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오픈소스 공유 플랫폼 깃허브 등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도 기술 역량을 인정받아 창업 당시부터 투자사와 개발자들로부터 관심을 끌었다. 튜닙은 지난달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스플래쉬 2022’에서 대상도 받았다. 앞서 튜닙은 ‘2022 인공지능 온라인 경진대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인간과 정서적으로 교류하는 AI 챗봇

튜닙은 올 들어 AI 기반 챗봇 서비스를 잇따라 내놨다. 지난 8월에 내놓은 여행 챗봇 ‘블루니’는 세계 어디든 다닐 수 있는 캐릭터다. AI 연구단체 오픈 AI의 언어모델인 ‘GPT-3’를 기반으로 개발한 영어 챗봇이다. 해외 명소 등 여행을 주제로 한 가벼운 대화부터 깊이 있는 정보도 제공한다. 지난 5일에는 반려견 캐릭터 챗봇 코코와 마스의 시험 버전을 출시했다. 코코와 마스는 각각 다른 성격을 가진 강아지 캐릭터의 AI 챗봇이다. 이용자와 정서적 교감이 가능한 것이 특징으로 간식 주기, 산책하기 등 실제 반려견 같은 활동과 N행시 등 여러 게임을 함께할 수 있다. 문자의 이해를 넘어 사람과 정서적인 교감이 가능하도록 튜닙이 자체 개발한 언어모델로 1.2TB(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양의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코코와 마스는 카카오톡 채널에서 ‘DearMate 코코’ ‘DearMate 마스’를 친구로 추가하면 누구든지 이용 가능하다. 박규병 튜닙 대표는 “사람에게 친숙한 강아지 캐릭터에 맞춰 자연스럽고 정서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대화를 구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구글코리아 연구개발(R&D) 총괄사장을 지낸 조원규 대표가 설립한 스켈터랩스도 챗봇을 앞세워 AI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스켈터랩스의 ‘AIQ(AI with Quality) 챗봇’은 높은 ‘의도 파악률’이 강점인 대화형 AI 솔루션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전화 통화 내용을 눈으로 확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가 매년 선정한 글로벌 ‘100대 AI 스타트업’에 올해 한국 기업으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트웹브랩스도 NLP 업체다. 첨단 NLP와 컴퓨터 비전을 융합해 영상에서 원하는 장면을 찾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용자가 기억 나는 영화의 대사나 상황 묘사 등을 입력하면 해당 장면을 찾아낸다.

예를 들어 ‘아부지 뭐하시노’라고 치면 영화 ‘친구’의 교실 장면이 뜨는 식이다. 트웰브랩스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3월 시드(회사 설립 단계 투자)로 60억원을 유치했다. AI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페이페이 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도 투자해 화제를 모았다.

NLP 스타트업 액션파워는 사람의 음성을 글자로 변화하는 서비스 다글로를 운영하고 있다. 2017년에 나온 다글로는 자체 개발한 엔드투엔드(E2E) 음성인식 엔진을 채용해 정확도가 95% 정도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지원하는 언어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총 14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