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나토, 동시 핵훈련으로 맞불…러 핵위협 고조 가능성
서방, 우크라 방공지원 박차…이란 등 '러동맹' 겨냥 외교전도 가열
우크라 연일폭격 러, 태평양서 무력시위…러-서방 '강대강' 대치
우크라이나에 무차별 공습을 계속하고 있는 러시아가 서방의 핵억지 연습에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무력시위로 맞서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을 보여온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칫 양측간의 직접적 충돌로 확대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는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95MS 2대가 태평양, 베링해, 오호츠크해 상공을 12시간가량 비행했다고 밝혔다.

순항 거리가 1만2천㎞에 이르는 TU-95MS는 핵탄두를 장착한 순항미사일을 공중 발사할 수 있는 기종이다.

◇ 러·서방, '맞불 핵훈련'으로 강대강 대치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임무가 중립해역에서 국제 비행규정을 준수해 진행됐다고 강조했지만, 대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주도해 온 미국을 겨냥한 무력시위 성격이 커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를 합병하면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고, 러시아 국방부는 이달 13일 핵탄두 탑재 가능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야르스'를 동원한 훈련 진행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그런 상황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이달 17일 미 전략폭격기 B-52를 포함한 60여대의 항공전력이 참가하는 연례 핵억지연습 '스테드패스트 눈'에 돌입했다.

우크라이나를 놓고 대치해 온 러시아와 서방이 동시에 핵연습에 돌입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러시아가 통상 10월 말 연례 핵연습인 '그롬'(Grom·우뢰)을 실시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방과 러시아가 맞불훈련을 벌이면서 서로 핵능력을 과시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서방 일각에선 러시아가 조만간 핵무기 실험을 감행할 것이란 관측마저 제기된다.

우크라 연일폭격 러, 태평양서 무력시위…러-서방 '강대강' 대치
◇ 서방, 우크라 군사원조 박차…'러 동맹국' 겨냥 외교전도 가열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첨단 대공방어체계를 제공하고 러시아의 자폭드론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대(對)드론 장비를 며칠 내에 인도하기도 하는 등 군사원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도 벨라루스 등 동맹과 연대를 강화하고 있어 서방과의 전선은 확대되고 있다.

올해 2월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과정에서 자국 군사기지를 지원하는 등 러시아를 지원해 온 벨라루스는 최근에는 지역연합군 창설을 명분 삼아 러시아군 병력의 자국 주둔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에 주둔할 러시아군 병력은 약 9천명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서방 일각에선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가세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은 러시아에 자폭 드론을 제공하고 탄도미사일까지 판매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이란과 벨라루스를 비롯한 러시아의 동맹국을 겨냥한 외교전에도 나서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이란과 단교하는 방안을 정식으로 제안했다면서 이란과 적대 관계인 이스라엘에 방공체계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다수 서방국가는 이란의 러시아 무기지원 정황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안건으로 제기할 계획이다.

우크라 연일폭격 러, 태평양서 무력시위…러-서방 '강대강' 대치
◇ 러, 9일째 우크라 무차별 폭격…민간피해 급증
그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선 전력망 등 기간시설을 겨냥한 러시아군의 계속되는 폭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응급 서비스국은 이달 7일 이후 현재까지 전국 4천개 도시와 마을에서 정전이 일어났고, 이중 1천162곳은 아직도 전력이 공급되지 않는다면서 같은 기간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70여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17일에는 아침 출근시간대에 맞춰 키이우 중심가를 공격한 러시아군의 자폭드론 때문에 임신부를 포함 최소 4명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러시아는 이달 8일 우크라이나 침공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 온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가 폭발로 일부 붕괴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10일부터 보복 폭격을 이어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발전소의 30%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 국방정보국(DI)은 우크라이나 전력공급망에 광범위한 손상을 초래하는 것이 러시아군의 핵심 목표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동부전선에서 패퇴해 1만㎢가 넘는 점령지를 다시 내준 데 이어 남부 헤르손주(州)에서도 방어선이 뚫리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크림대교 붕괴로 보급마저 불안해지자 민간에 직접 피해를 주는 극단적 전술을 쓰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겨울을 앞두고 전력과 난방 공급을 어렵게 해 우크라이나인의 저항의지를 꺾고 결사항전을 주장하는 친서방 정권에 대한 불만을 부추기겠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우크라 연일폭격 러, 태평양서 무력시위…러-서방 '강대강' 대치
◇ 우크라인 70% "끝까지 싸워야"…러, 핵위협 수위 높이나
비전투원이나 민간전력시설 등에 대한 고의적 타격은 국제법상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우크라이나인의 반러 정서에 오히려 불을 붙이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18일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지난달 2∼11일 우크라이나 현지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승리할 때까지 러시아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답했다.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남부 전선의 전황이 즉각적으로 바뀔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 합동군 총사령관 세르게이 수로비킨은 18일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의 상황에 대해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면서 향후 상황에 따라 "복잡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것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주민 전면 대피나 전략적 후퇴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술핵 공격 위험이 한층 더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8일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러시아에 합병된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핵우산'이 적용되는지와 관련한 질문에 "이들 지역은 러시아 연방의 양도 불가능한 부분으로, 나머지 러시아 영토와 같은 수준의 안보가 제공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