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승리한 우파 연합 3당, 내각 지분 둘러싸고 파열음
"멜로니, 잘 지낼 수 없는 사람" 베를루스코니 메모 노출돼
지난달 실시된 조기 총선에서 승리한 이탈리아 우파 연합의 주요 3당이 내각 구성에 상당한 진통을 겪는 가운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불만에 찬 목소리가 뜻하지 않게 노출됐다.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14일(현지시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자필 메모를 포착해 공개했다.

이 매체가 공개한 메모에는 "조르자 멜로니, 그녀의 행동 1. 고압적 2. 지배적 3. 오만 4. 공격적", "바뀌려는 의지가 없다.

그녀는 잘 지낼 수 없는 사람"이라고 적혀 있었다.

전날 상원이 자리한 로마 시내 '팔라초 마다마'에서 상원의장 투표가 끝난 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서류를 뒤적일 때 그 사이에 끼어 있던 자필 메모를 '라 레푸블리카'가 순간 포착해 찍은 것이다.

조르자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l)은 이번 총선에서 26%를 득표해 함께 선거 연합을 형성한 동맹(Lega·9%)과 전진이탈리아(FI·8%)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멜로니, 잘 지낼 수 없는 사람" 베를루스코니 메모 노출돼
차기 총리가 유력한 멜로니 대표가 이러한 득표율 차이를 배경으로 내각을 꾸리는 과정에서 두 정당 대표들을 따돌리자 전진이탈리아를 이끄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최근 멜로니 대표를 만나 전진이탈리아에 장관직 5∼6개를 배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진이탈리아는 이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의원 대부분이 상원의장 투표에 불참했다.

이번 총선에서 상원 200석 중 우파 연합이 115석을 휩쓴 가운데 주요 정당별로는 Fdl가 66석, 동맹이 29석, 전진이탈리아가 18석을 획득했다.

전진이탈리아 상원의원 18명 중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마리아 엘리사베타 카셀라티 2명만이 투표에 참여하고 나머지 16명은 불참했다.

전진이탈리아는 당연히 부결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뜻밖에 민주당(PD) 등 좌파 진영 쪽에서 지지표가 나오며 Fdl 소속의 이그나치오 라 루사가 116표를 얻어 무난히 상원의장에 당선됐다.

상원의장 투표를 부결시키며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했던 전진이탈리아는 되려 망신만 당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후 라 루사가 당선 감사 인사를 하려고 찾아오자 대화 끝에 책상을 여러 차례 내리치며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