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형집행정지 기간별 현황 공개 안 하지만 과거 보도 사례 있어
서청원 전 대표·박연차 전 회장도 신병 치료 이유로 '1개월 형집행정지'
[팩트체크] 정경심 전 교수에 내려진 '1개월 형집행정지'는 전례 없다?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던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최근 1개월간 일시적으로 석방됐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4일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를 열고서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하겠다며 정 전 교수 측이 신청한 형집행정지에 대해 승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방송인 김어준 씨는 이에 대해 7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1개월짜리 형 집행 정지는 없다"며 "(정 전 교수 측을) 굴복시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말처럼 질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내려진 형집행정지 결정 중 기간이 1개월인 사례는 전례가 없는 일일까?

◇ '1개월 형집행정지' 사례 있어…질병 치료 위한 허가는 감소 추세
형집행정지 제도는 수감 생활이 어려운 수형자들에 대해 일시적으로 형 집행을 중단하는 제도다.

현행 형사소송법에선 형의 선고를 받은 자가 심신 장애로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일 때(470조)에 반드시 형 집행을 정지(필요적 형집행정지)하고,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때(471조)도 형 집행을 정지(임의적 형집행정지)할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대검찰청에 관련 자료를 문의했으나 대검은 형집행정지 자료를 기간에 따라 취합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단, 대검이 공개한 최근 5개년 질병 목적 형집행정지 신청 건수와 허가 건수를 보면 승인율이 감소하는 추세다.

구체적으로 신청 건수 대비 허가 건수의 비율은 2018년 62%에서 2019년 59%, 2020년 57%로 내렸다가 2021년 69%로 이례적으로 급등한 뒤 올해 들어 9월까지는 54%로 다시 하락했다.

[표] 연도별 질병 사유 형집행정지 신청 및 허가 현황
┌─────────┬─────────┬────────┬────────┐
│연도 │신청 건수 │허가 건수 │승인율 │
├─────────┼─────────┼────────┼────────┤
│ 2018│ 299│ 185│ 62%│
├─────────┼─────────┼────────┼────────┤
│ 2019│ 338│ 199│ 59%│
├─────────┼─────────┼────────┼────────┤
│ 2020│ 406│ 232│ 57%│
├─────────┼─────────┼────────┼────────┤
│ 2021│ 425│ 292│ 69%│
├─────────┼─────────┼────────┼────────┤
│ 2022│ 434│ 233│ 54%│
└─────────┴─────────┴────────┴────────┘
(※ 대검찰청 제공 자료. 2022년 수치는 9월 현재.)

그러나 이 자료에는 형집행정지 기간은 담겨 있지 않아 1개월 사례가 얼마나 드문 일인지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 언론 보도를 보면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서청원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2010년 4월 1개월짜리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바 있다.

단, 서 전 대표는 전년인 2009년 7월에도 형집행정지 결정으로 3개월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를 받고서 의정부교도소로 재수감된 바 있다.

뇌물공여와 조세포탈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도 신병을 치료하겠다고 신청해 2012년 12월에 1개월간의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1개월짜리 형집행정지는 이 외에도 여러 차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에 대한 보도가 많지 않은 것은 기사화가 될 만큼 저명한 인사가 1개월 형집행정지를 받은 사례가 많지 않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는 또한 불공정한 형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으로 인해 해가 갈수록 제도의 시행이 엄격해진 추세와도 맞물린다.

형사소송법 471조는 '임의적 형집행정지'의 요건으로 7가지를 명시하고 있는데, 그중 논란이 되는 요건이 '형의 집행으로 인하여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이다.

이 경우에 한해 각 지방검찰청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를 열어 형집행정지 여부를 심의하도록 했다.

하지만 과거에는 제도 미비로 권력과 돈 있는 사람만 형집행정지의 혜택을 누린다는 비판이 많았다.

특히 2013년 이른바 '사모님 사건'을 계기로 관련 절차가 대폭 강화됐다.

중견기업 회장의 전 부인인 윤모 씨는 이혼 전 자신의 사위와 불륜 관계에 있다고 의심한 여대생을 청부 살해한 혐의로 2004년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그러나 그는 2007∼2013년 허위 진단서로 수차례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대학병원 VIP 병동에서 생활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이 사건은 2019년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당시 관련 법령과 제도에서는 검사가 단 한 명의 의사가 발부한 진단서만으로 형식적인 심사를 거쳐 형집행정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팩트체크] 정경심 전 교수에 내려진 '1개월 형집행정지'는 전례 없다?
◇ '권력·돈 가진 사람만 수혜' 불공정 논란에 형집행정지 제도 개선 연이어
대검은 이후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했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의위는 대검이 2010년 2월 대검 예규인 '자유형집행정지 업무처리지침'을 개정해 처음 도입한 제도다.

그 당시에도 제도 악용 사례가 끊이지 않자 심의 과정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내놓은 해결책이었다.

단, 심의위의 개최 여부를 검찰의 재량에 맡겼다.

그 결과 '사모님 사건'에서 심의위가 한 번도 열리지 않는 등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검은 이에 '사모님 사건' 이후인 2013년 7월 심의위 개최를 의무화하고, 의사 2명 이상이 참여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2015년 7월엔 아예 심의위 관련 규정을 형사소송법에 넣었다.

현행 법령과 내규 등에 따르면 심의위는 각 지방검찰청 차장검사가 위원장을 맡고, 위원장을 포함해 5명 이상, 10인 이하로 꾸려진다.

심의위 위원들은 내·외부 위원들로 구성된다.

검사장이 소속 검사와 직원 중에서 내부 위원을 임명하고, 학계, 법조계, 의료계, 시민단체 인사 등에서 외부 위원을 위촉한다.

심의위는 형집행정지 또는 이의 연장 여부의 적정성을 심의하지만 최종적으로 형집행정지 또는 그 연장 여부는 검사장이 이런 심의 결과를 고려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

[팩트체크] 정경심 전 교수에 내려진 '1개월 형집행정지'는 전례 없다?
◇ 형집행정지 기간·횟수 등 규정 여전히 비공개…'깜깜이 심의' 비판도
형집행정지제도는 이처럼 여러 차례 개선을 거듭했지만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제도의 실질적인 내용을 담은 자유형집행정지 업무처리지침이 비공개인 점이 대표적으로 손꼽힌다.

공개자료인 형법, 형사소송법, 법무부령인 '자유형 등에 관한 검찰집행사무규칙'에 형집행정지제도 관련 규정이 있지만, 여기엔 형집행정지의 요건과 심의위 구성 등 제도와 관련한 대강의 내용만 담겼다.

형집행정지 기간이나 횟수 제한 등 구체적인 제도 적용 방침은 예규인 업무처리지침에 담겨 있다.

그간 형집행정지제도 관련 논문 등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업무처리지침에서 형집행정지 기간은 필요 최소한으로 하되 3개월을 넘지 않도록 하고, 암 환자 등의 경우에도 6개월을 넘지 않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연장의 횟수는 별도의 제한이 없으나 가급적 2회 이상을 허가하지 않게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현재도 적용되고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아 검찰이 내린 형집행정지 결정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법무부는 그동안 범죄백서를 통해 형집행정지 결정 자료를 공개해오다가 2016년 백서부터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이승준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집행정지의 개선방안'이라는 논문에서 "'사모님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관련 지침이 비공개로 돼 있어 '깜깜이' 심의라는 우려를 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