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사진=샘컴퍼니 제공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사진=샘컴퍼니 제공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사진=샘컴퍼니 제공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사진=샘컴퍼니 제공
웅장한 스케일, 심오한 메시지를 품은 작품들 사이로 '코미디' 단비가 내렸다. 빵 터지게 웃으리라 작정하고 갔다가 재미와 함께 감동까지 얻게 되니 일거양득의 기분이 든다. 공연이 끝나면 남는 건 따뜻하고 행복한 기운이다. 백발을 한 마성의 여인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준비한 특별한 선물이다.

지난달 개막한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로빈 윌리엄스의 대표작인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티켓 매진으로 회차를 연장해 총 42회의 공연을 올리는 등 히트한 후 영국 웨스트앤드보다 먼저 한국 무대에 올랐다.

작품은 진한 '가족애'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세 아이의 아빠 다니엘은 직장에서 해고당하고도 당당하다. 눈치 보는 것 따위는 없다. 엄마에게 혼날까 봐 걱정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세상 여유롭게 생일파티를 열었다.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완벽한 자유인' 다니엘의 모습은 아내 미란다에게는 그저 '무책임한 철부지'로만 느껴졌다. 외롭고 지친 마음에 시달리던 미란다는 결국 이혼을 선언했다. 세 아이의 양육권은 당연히 미란다가 갖게 됐다. 다니엘이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유모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변신해 접근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원작의 원형을 살리는 데 충실하면서도 국내 정서에 맞도록 수정, 각색이 가능한 '논-레플리카' 버전으로 완성됐다. 이는 정확하게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번역에 영화 '데드풀', '스파이더맨' 등에 참여했던 황석희가 힘을 보태 한국형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성공적으로 완성했다.

영화는 다니엘이 '다웃파이어'라는 이름을 신문 기사 제목 'Police Doubt Fire Was Accidental'을 보고 급조하는 것으로 설정했는데, 뮤지컬에서는 지나가는 커플이 "잘생기면 다 오빠야"라고 말하는 것에서 따는 걸로 해 웃음을 자아냈다.

다니엘·다웃파이어 역의 정성화는 자신의 출연작 '킹키부츠'를 언급한 애드리브로 관객들을 폭소케 한다. 다른 주연 임창정과 양준모는 각각 히트곡 '소주 한 잔'과 출연작 '지킬 앤 하이드'를 오마주해 '웃음 포인트'를 만들었다. 또 고든 램지, 백종원을 연상케 하는 유튜버가 등장해 레시피를 알려주는 장면도 흥미를 유발한다.
정성화 말맛에 웃고, '8초의 기적'에 놀라고…'미세스 다웃파이어' [리뷰]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다웃파이어의 역할이다. 말맛이 중요한 코미디 뮤지컬인 만큼, 극의 중심축이 되는 다웃파이어의 연기가 핵심인데 정성화는 100% 그 이상을 해낸다. 그간 '라카지', '킹키부츠' 등을 통해 때로는 요염하고 매력적으로, 때로는 섬세하고 부드럽게 여장을 소화해왔던 그는 이번에 또 다른 여성상을 표현해냈다.

앞서 정성화는 "엘레강스하면서도 동네에 알고 있는 할머님 중 구수한 말투를 지닌 분들을 섞어서 참조하고 있다"면서 배우 윤여정, 김수미를 합쳐놓은 듯한 말투를 준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여장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정성화가 그려낸 백발의 다웃파이어는 툭 내뱉는 아재 표 개그에 어딘가 모를 애틋함을 자극하는 소녀다움까지 그야말로 매력 화수분이다.

아빠 다니엘에서 유모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변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8초. 가발, 마스크, 특수분장 슈트까지 '퀵 체인지'가 무려 18번이나 이루어진다. 만만치 않은 체력 소모에도 압도적인 에너지로 마지막까지 극을 충실히 끌고 간다. 덩달아 임창정, 양준모가 표현해낼 다웃파이어에도 궁금증이 생긴다.

작품은 다웃파이어 외에도 가족들을 적절하게 조명하며 개그적 요소는 물론 메시지 전달에도 집중한다. 미란다의 내면이 깊이 있게 그려지고, 미란다의 썸남이자 사업 파트너인 스튜어트도 적재적소에 등장한다. 결국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말한다. 가족을 연결하는 힘은 사랑, 사랑의 감정을 따스하게 포옹하는 건 가족이라고.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사진=샘컴퍼니 제공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사진=샘컴퍼니 제공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사진=샘컴퍼니 제공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사진=샘컴퍼니 제공
공연은 오는 11월 6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계속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