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부동산담보대출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부동산 담보가치를 뜻하는 경매 낙찰가율이 80%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이 80% 이상인 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과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금융회사 원금 손실이 사정권에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2금융권을 시작으로 부실이 금융권 전체로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5일 대법원 경매정보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도 아파트 낙찰가율은 79.4%로 집계됐다. 경기도 아파트 낙찰가율이 80%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3년 9월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106.5%로 감정가보다 높았지만 매달 하락하는 추세다. 대전(69.4%) 대구(79.5%) 부산(78.9%) 등 주요 도시에서도 낙찰가율이 모두 80%를 밑돌았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경매 물건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낙찰가율이 아직 높은 서울에서도 경매 물건 대비 낙찰된 물건 수를 뜻하는 낙찰률이 42%에서 20.4%로 반토막 나는 등 낙찰가율의 하락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 낙찰가율은 곧 원리금 회수 가능성을 의미한다. 낙찰가율이 LTV 이하로 떨어지면 원리금 연체 발생 때 담보를 처분해도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사업자 주택담보대출, 비주택담보대출 등이 LTV 80%까지 가능했던 대출 상품이다.

이들 대출 상품을 80%까지 채워서 받았다가 낙찰가율이 80% 이하로 내려가면 금융회사가 원리금을 돌려받기 위해 담보로 잡은 주택을 처분해도 원금 100%를 돌려받지 못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담보로 잡은 주택만으로 상환할 수 없는 대출원금 잔액은 차주의 ‘신용’에 의존하게 되는 셈”이라며 “대출 계약 기간에는 금리와 한도 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금융사 손실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통상 집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같이 받기 때문에 손실 발생 구간을 더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高) LTV로 대출받은 차주는 다중채무를 지닌 한계차주일 것”이라며 “낙찰가율이 LTV 이하로 내려가면 고스란히 금융사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우/빈난새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