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60년째 노사 무분규 전통을 잇고 있는 일본 도요타자동차 노조가 내년도 임금 협상에서 임금 동결을 제안할 움직임이다. 회사 노조 간부들이 “인플레이션은 가계에 부담을 주지만 기업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물가 상승을 이유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소모적이다” “이미 도요타의 처우는 풍족하다. 임금 인상이 베스트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잇따라 언급했다고 한다.

공존과 상생을 위한 도요타 노사의 노력은 하나의 전통으로 굳어졌다. 이 회사는 ‘노사가 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통해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노사선언을 이미 1962년에 내놓았다. 회사가 2000년대 사상 최대 수익을 경신하는 가운데서도 노조는 임금 동결을 제안하며 “회사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할 정도였다. 2019년엔 노조가 나서 연공서열형 호봉제 폐지를 선언했다. 기본급을 실적에 따라 다섯 단계로 나눠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회사 측에 제안한 것이다.

이런 도요타와 비교하면 한국의 노사관계는 너무 후진적이고 전투적이다. 전대미문의 복합위기가 세계 경제에 밀어닥쳤는데도 평균 연봉 1억원이 넘는 은행 등의 금융노조가 총파업 으름장을 놓은 곳이 한국이다. 도요타의 글로벌 경쟁사인 기아 노조는 기본급 인상분 외에 1인당 성과급만 2000만원이 넘는 역대급 임금 인상을 약속받고도 퇴직자 차량 평생 할인을 보장하라며 파업 위협을 가한다. 또 현대제철 노조는 그룹 관계사들처럼 특별격려금을 지급하라며 지난달 24일까지 146일간 충남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불법 점거한 데 이어 일종의 기습 파업인 게릴라 파업까지 벌이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작년 회계연도에 2조8501억엔(약 28조1000억원)이란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할 정도로 경영 호조세가 이어졌다. 그런 기업의 노조가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임금 동결을 자청한다. 사려 깊은 노조의 모습과 노사화합 전통을 부러워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