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의 매트릭스로 보는 세상] 고령화시대 건강트렌드로 떠오르는 '어싱'
건강 걷기의 새로운 트렌드, 어싱

어싱신발을 새로 출시했다. 그런데 예상 밖의 호평을 받고 있다. 어싱이란 earthing, 접지라는 뜻이다. 땅과 사람이 접지해야 건강하다는 의미이다.

사람은 태고적부터 땅과 접촉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면서 늘 지구와 전기적으로도 연결되어 있었다. 모든 전기제품은 접지선이 있다. 접지는 전기회로나 전기기기를 땅에 연결하여 이상 전압이 발생했을 때 고장 전류를 대지로 흘려보내 기계와 땅이 같은 전기적 상태인 ‘0’볼트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사람이나 모든 생물도 마찬가지로 늘 땅과 접촉해있으면서 ‘0’볼트의 전기적 상태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불과 수십년 전부터 사람들은 고무로 된 신발을 신기 시작했다. 고무는 가장 대표적인 절연체이다. 게다가 땅에는 아스팔트가 깔리면서 환경전체가 절연체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의 몸에 잔류 전류가 생기고, 이 전류가 정전기를 일으켜서 건강상 많은 문제점을 일으킨다는 것이 ‘어싱’의 이론이다. 이는 비교적 최근에 생긴 건강요법으로 케이블TV 산업의 선구자인 클린턴 오버가 '어싱'의 의료적 효과를 발견하게 된 과정을 찾아낸 책 ‘어싱’에서 시작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의학적인 근거는 미약하지만, 실증적인 사례는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다. 클린턴 오버가 주장하는 어싱의 효과는 다양하다. 예를 들면 염증의 원인을 완화하고 수많은 염증 관련 질환의 증상을 완화하거나 없애고,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스트레스가 줄고 차분해지고, 생체리듬이 정상화되면, 주변 전자기장의 잠재적 위해로부터 몸을 보호한다 등이 있다. 맨발로 산을 걸으면서 암이나 통증과 같은 고질병을 나았다는 경험담도 풍부하다. 그래서 그런지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꽤 알려지고, 맨발로 산과 들을 걸으면서 어싱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맨발걷기’라고 카페나 네이버 밴드를 검색해보면 수백개가 나올 뿐만 아니라 수천명의 회원이 가입하여 활발히 활동하는 곳도 많다. 어싱을 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맨발로 땅을 접촉하면서 걷기만 하면 된다. 쉽고 간단한 것에 비하여 효과는 좋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바쁘고 자연에 멀어진 현대인에게 늘상으로 맨 흙이 있는 곳이나 어싱할 만한 곳에 가서 자기 몸을 지구와 연결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조금이라도 자주 어싱을 하고자 하지만 방법이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어싱신발이다. 어싱신발은 신발에 구리와 같은 도체를 심어놓아 땅과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맨발로 걷는 느낌을 최대한 주기 위한 두께 3mm의 신발을 팔고 있던 나도 당연히 어싱에 대하여 알고는 있었지만 무심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어싱도 되고 맨발로 걷는 느낌도 갖고 싶어하는 고객들의 문의가 들어왔다. 결국 1년에 걸쳐 많은 방법을 고민하다가 전기가 통하는 ‘도전고무’를 이용해서 어싱되는 맨발신발을 만들었다. 반신반의하면서 시장에 출시했지만, 예상외로 많은 고객들이 찾고 있다. 어싱신발에 관한 동영상을 찍으면 다른 주제로 찍었을 때보다 조회수가 훨씬 올라간다. 그러면서 어싱이 건강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판매를 하면서 ‘어싱’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무엇인지를 설명해본 적이 없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 검색하여 건강상 잇점과 질병이 나아진 사례를 알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어싱신발’ 또는 ‘어싱슈즈’라고 검색하여 여러 경쟁 제품 중에서 그 중에 가장 맨발스러운 신발을 고르고 나를 찾아온다.

‘어싱’이 새로운 건강트렌드가 되고 있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우선은 환경의 문제를 누구나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파, 전기파, 아스팔트, 콘크리트 등 현대인은 늘 인공적 환경에서 살고 있다.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딘가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두 번째로는 고령화이다. 어싱신발을 찾는 사람들은 당연히도 대부분 건강을 심히 염려하는 중장년층이다. 과거 같으면 건강을 묻기 전에 수명을 다했을 사람들이 아직도 살아갈 남이 창창하게 남았다는 것을 걱정한다. 잔병치레가 잦아지면서 건강해지는 방법을 찾는데 열심인데다 효과마저 바로 느낄 수 있는 어싱이야말로 상당히 좋은 건강요법임은 틀림없다. 세 번째로 현대의학의 한계를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최고로 의학이 발전했지만, 마찬가지로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질병을 앓고 있다. 하지만 의학으로서도 어쩌지 못하는 병들이 많고, 심지어는 원인과 치료법도 모른 병도 많다. 그 와중에 나름 효과를 보고 있는 대체의학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람들은 그 대체의학에 좀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디지털이 난무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면 자연과 함께 하기를 갈망하고 있다. 원래 인간의 생체는 끊임없이 흐르는 아날로그적이지 흘렀다 멈췄다늘 반복하는 디지털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디지털이 깊어갈수록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는 마음도 깊어진다. 자연 속에서 맨발로 걷고, 자연과 한사코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어싱’이라는 열광적 건강 트렌드를 만들어 냈지 않나 싶다. 덕분에 비바미 어싱신발도 발전하고 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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