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마지막 손에 남은 의회 권력을 휘두르며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망국적 입법 독재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마구잡이식 흠집 내기를 넘어 저주와 증오를 퍼붓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35분에 걸친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연설을 여당 내홍에 대한 반성과 사과로 시작했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저희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연설 5분이 지나면서 정 위원장은 태세를 전환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5월 정부 출범 후 민생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지만 잃어버린 5년의 그림자가 너무 어둡고 너무 짙은 게 사실”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잃어버린 5년’으로 규정했다. ‘성장 잠재력 하락’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국가채무 증가’ 등을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 책임론’도 제기했다. 민주당을 비판할 때는 ‘저주와 증오’ ‘죽창가’ ‘국민 반일감정 선동’ 등 강경한 표현까지 동원했다.

정 위원장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야당의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의 민주당은 결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며 “지금의 민주당을 보시면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과연 무슨 생각을 하시겠나”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이 야유와 고성을 보냈고, 정 위원장은 “좀 들어보세요”라고 응수한 뒤 말을 이어갔다.

정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정치 탄압’이라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선 “대장동·백현동 사건 등 우리 당에서 처음 내놓은 사건은 하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돈 받아서 감옥에 보냈나”라며 “전직 대통령도 잘못이 있으면 감옥에 보내는 것이 지엄한 대한민국의 법인데 도대체 누가 예외가 될 수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민주당의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에는 “나라의 미래는 아랑곳하지 않는, 제3세계 국가들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무책임한 국익 자해 행위”라고 질타했다.

정 위원장이 이날 양손을 써가며 큰 목소리로 야권을 비판할 때마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연설에서 그는 민주당(15번) 및 야당(4번)을 19번, ‘문재인 정부’ 5번, ‘지난 정부’를 4번 언급했다. 윤 대통령 발언 논란 영상을 가장 먼저 보도한 MBC에 대해서는 “가짜뉴스로 대통령을 흠집 내고 국익을 훼손하는 일에 앞장섰다”고 했다.

국가채무 비율을 윤 대통령 임기 말까지 대폭 낮추겠다는 약속도 했다. 정 위원장은 “민간과 시장이 주도하는 경제 도약을 유효 적절하게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재정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재정준칙 법제화, 예비타당성 면제 요건 강화 등을 통해 임기 말 국가채무 비율을 50% 중반으로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약자에 대한 복지 강화, 연금·노동·교육 개혁은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국회 중진협의회’와 ‘여야 민생경제협의체’ 구성도 촉구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