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우려를 전달하며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정신을 바탕으로 상호 만족할만한 합의 도출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한국 측의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집행 과정에서 한국 측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잘 챙겨보겠다"고 답했다.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85분간 접견하고 한미관계 강화 방안을 비롯해 북한문제, 경제안보, 주요지역 및 국제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이재명 부대변인이 오후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윤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의 첫 방한을 환영하며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의 공식 방한 후 4개월 만에 해리스 부통령이 방한한 것은 강력한 한미동맹에 대한 양국의 굳건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이어 "지난주 런던과 뉴욕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여러 차례 만나 한미동맹 발전 방향에 대해 긴밀히 합의했다"며 "해리스 부통령의 방한이 한미동맹 발전을 위한 또 다른 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명했다.해리스 부통령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에 대해서 "한국 내 논란에 대해서 미국 측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깊은 신뢰를 갖고 있고, 윤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해리스 부통령은 또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핵심축으로서 한미동맹이 더 발전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해리스 부통령은 윤 대통령과 함께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무력 정책 법제화에 우려를 표시하는 동시에 미국의 철통같은 방위 공약도 재확인했다고 이 부대변인은 전했다.이 부대변인은 "양측은 확장 억제를 비롯해 연합 방위 태세 강화를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의하는 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며 "북한의 7차 핵실험 시 한미가 공동으로 마련한 대응 조치를 긴밀한 공조 하에 즉각 이행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해리스 부통령은 필요 시 금융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한미 정상 간 합의 사항도 재확인했다.이밖에 두 사람은 내년 한미동맹 70주년을 계기로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계획에 대한 세부 내용을 외교 채널을 통해 협의하기로 했다.윤 대통령은 접견 뒤 트위터를 통해 "해리스 부통령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오늘 한미동맹을 더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매우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는 메시지를 영문으로 남겼다. 한미동맹 구호인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를 영문과 국문으로 덧붙이기도 했다.해리스 부통령은 '한국 여성들과의 만남', '비무장지대(DMZ)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저녁께 귀국길에 오른다.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해군이 미국 해군 및 일본 해상자위대와 30일 독도에서 멀지 않은 동해 공해상에서 연합훈련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해 온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가 군사훈련 분야에서도 실현되고 있다는 관측이다.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30일 한·미·일 3국 해군이 동해상에서 연합훈련을 한다”며 “예정된 훈련 장소는 한국작전구역(KTO) 바깥이기는 하지만 독도에서 불과 150여㎞ 떨어진 곳”이라고 설명했다. 해군은 안 의원의 글에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한·미 해군은 지난 26일부터 29일까지 KTO 안에서 해상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를 비롯한 미 항모강습단은 이를 위해 23일 부산항에 입항했다. 안 의원은 “해상 연합훈련 종료 후 동해상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와 합류해 대잠수함 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한·미·일 3국의 해상 연합훈련은 2017년 4월 3일 이후 5년여 만이다. 당시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응해 사흘간 제주 남쪽 한·일 중간수역 공해상에서 연합훈련을 한 바 있다.한·미, 한·미·일의 연합훈련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은 이날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오후 6시10분께부터 6시20분께까지 평양 순안 일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미사일은 고도 약 30㎞로 360㎞가량을 비행했으며 속도는 마하 6(음속 6배)로 탐지됐다. 군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두 발 모두 제원상 북한판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KN-23) 계열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은 올 들어 탄도미사일을 18차례, 순항미사일을 2차례 발사했다.일련의 북한 미사일 발사는 한국과 미국이 동해 KTO에서 진행하는 해상 연합훈련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에는 야간에 발사됐다는 점에서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시험하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북한은 29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방한 일정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한국에서 윤 대통령을 예방하고, 북한과 대치하는 최전선인 비무장지대(DMZ) 등을 찾을 예정이다.대통령실은 북한 도발과 관련, “윤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관련 내용을 즉시 보고받았다”며 “국가안보실은 김성한 실장 주재로 긴급 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계속 위반하고 있는 북한 도발을 강력히 규탄했다.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