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여 돌고 돌아 'MB맨' 이주호까지…교육부·교육계 술렁
연말까지 고교체제 개편·새 교육과정 고시 등 현안 줄줄이

교육부가 윤석열 정부 출범 4개월여 만에 세 번째 장관 후보자를 맞는다.

'풀브라이트 장학금' 논란에 사퇴한 김인철 후보자, '취학연령 하향' 논란 끝에 물러난 박순애 전 장관에 이어 29일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가 새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윤 정부 내각에서 유일하게 공석인 교육부 장관 자리가 이번에는 채워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세번째 장관 후보 맞는 교육부…교육정책 기조 뒤바뀌나
◇ 김인철→박순애→이주호까지…4개월간 돌고 돌아 'MB맨
윤석열 정부는 지금껏 교육 분야 수장 인선에 난항을 겪어 왔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인철 후보자는 온 가족이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 혜택을 받은 것이 알려져 특혜 논란이 일면서 청문회를 앞두고 지명 20일 만인 5월 3일 사퇴했다.

이후 발탁된 박순애 전 부총리는 국회 원 구성 지연으로 청문회 없이 임명장을 받았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앞당기는 안을 갑자기 발표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면서 취임 한 달여 만인 지난달 8일 사퇴했다.

사실상 경질이었다.

세번째 장관 후보 맞는 교육부…교육정책 기조 뒤바뀌나
이후에도 다양한 후보군이 물망에 올랐지만, 차기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은 계속 늦어졌다.

교육정책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데다 학생·교사, 관련 단체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히 교육부에 대한 국민 인식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앞서 두 명의 후보자, 장관이 잇따라 물의 끝에 사퇴한 터라 상당수 후보자가 후임 장관직을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대통령실은 이명박(MB)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를 3번째 교육 수장 후보로 지명했다.

교육계에서는 이 후보자가 이미 장관을 지내면서 한 차례 청문회를 통과했고, 최근 야당에서도 조속한 장관 후보자 지명을 촉구해 온 만큼 논란이 있더라도 낙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와 교육계는 다소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 후보자는 교과부 장관 시절 학업성취도 평가, 대입 자율화, 고교 다양화, 교원평가 등 굵직하고도 민감한 교육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정책을 과감하게 끌고 나가는 추진력이 있고 목표를 달성하는데 철두철미하지만, 직원들과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평이 나온다.

오히려 해체론을 펼 만큼 교육부에 대해 강한 비판을 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대통령실이 교육을 경제 논리로 바라본다는 '교육 홀대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국가교육위원회에 주요 업무 일부를 이관했고, 최근에는 국립대에 파견해 온 사무국장 자리 21개를 한꺼번에 타 부처와 민간에 개방하기로 하는 등 크게 힘을 잃은 모양새다.

박순애 전 부총리가 '만 5세' 취학 논란을 일으키며 앞으로 정부가 시행할 정책의 동력을 미리 깎아 먹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호 후보자의 '복귀' 소식으로 교육부 직원들의 사기는 더 떨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교육과정·고교체제 개편 등 현안 줄줄이 '대기'…'자율' 기조 짙어질 듯
이 후보자가 '자율'과 '경쟁'을 기조로 한 MB표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했던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그가 다시 교육부로 복귀할 경우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 뒤집기' 행보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당장 대기하고 있는 주요 현안 해결에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당장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연말까지 확정해 고시해야 한다.

이미 시안이 공개됐는데 교육과정 개정 때마다 논쟁이 된 한국사 관련 '남침', '자유민주' 등의 표현이 새 교육과정 시안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국제고·외국어고등학교의 일반고 전환 여부 역시 12월까지 확정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와 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는데 현 정부는 자사고의 경우 존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학기본역량진단도 연내에 손봐야 한다.

교육부는 한때 대학 입학정원 감축에 초점을 맞춘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시행했지만, 획일적 평가로 대학 자율성이 침해됐다는 불만이 커지자 이를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개편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들의 평가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개선 의지를 내비친 상황이다.

물가와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14년간 동결된 대학 등록금 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관심이 쏠린다.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사상 최고로 치솟은 사교육비 문제 해소, 코로나19 유행 장기화에 따른 학력 격차 극복, 2025학년도에 전면 도입될 예정이었던 고교학점제 보완 등도 학부모 관심거리다.

다수 시·도 교육청이 반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현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유·초·중등에 한정된 교부금 사용처를 대학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교육계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크다.

해묵은 난제인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된 유아교육·보육 체계 통합)도 신경 써야 할 과제다.

교육계와 정치권에서는 '만 5세' 입학 논란으로 유아 공교육 강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현 정부가 유보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워 첫 삽을 뗄 경우 교육부 차원에서는 '전화위복'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