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명품마저…경기 침체 대비하는 글로벌 패션 기업 [배정철의 패션톡]
글로벌 패션기업들은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의류와 핸드백과 같은 패션 상품은 생필품과 달리 경기 침체시 가장 먼저 소비가 줄어드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부터 소비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의류 재고가 급증해 이익이 감소할 우려가 크다.

27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명품 카테고리는 9월 한달 간 전년 대비 15.9%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명품 소비가 크게 확대된 뒤 시장 규모는 줄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보복소비에 비하면 성장률이 감소했으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확산과 같은 경기침체는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금리가 경기에 타격을 준다면 소비심리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패션 기업들은 이미 다가올 경기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류 브랜드 타미힐피거와 캘빈클라인의 모회사인 PVH그룹은 지난달 전체 직원의 10% 해고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매출과 순이익이 동반 하락하고 있어서다. PVH그룹의 2분기 매출은 전 분기와 비교해 8% 감소한 2조 9988억원(21억달러)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36.6% 하락한 1428억원(1억1530달러)을 기록했다.

중저가 패션기업이 경기 침체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았다. 미국 대형 패션기업 갭도 매출과 수익저하 등 부정적인 경영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직원 500명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본부 직원 8700명의 5.7%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2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8% 감소한 5조5120억원(38억6000만달러)을 기록하고 6996억원(4억9000만달러)의 적자를 내는 등 악재가 겹쳤다.

패션기업들은 올 가을·겨울 시즌까지는 매출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최근에는 이런 전망을 바꾸고 있다. 가을·겨울 의류 판매가 연매출의 70~8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 타격이 크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올해 ‘보복소비’로 의류를 대거 장만하면서 매출이 늘었으나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의류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LVMH와 케어링 등 대형 명품기업도 경기침체의 무풍지대는 아니다. 명품을 소비하는 고소득층은 경기 변동에 영향을 덜 받지만 무리해서 명품을 샀던 사람들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이은희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 시장은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시장이 과열됐다”며 “무리해서 명품을 샀던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면서 과열된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