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최종 분석과정 남아…사망 경위 등 '암매장 증거'도 찾아야
기존 증언 토대로 또 다른 행불자 시신 매장 발굴 조사 확대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굴된 유골 1기가 5·18 행방불명자(행불자)로 밝혀지면서 의혹뿐이던 계엄군 암매장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날지 주목된다.

이를 위해선 우선 유골의 신원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뿐만 아니라 행불자의 행적과 사망·매장 경위 등 암매장과의 연관성을 확인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5·18 암매장 진실] ③ 암매장 연관성 인정되나…남은 과제는
◇ SNP 기법 분석 결과 99.9% 일치…공식 확인 필요
5·18 진상규명조사위(이하 조사위)는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굴된 262기의 유골 가운데 1기가 5·18 당시 행방불명된 A씨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행불자 가족들의 혈액에서 채취한 DNA 정보와 특정 유골의 DNA 정보를 대조 분석해 99.9% 확률로 혈연관계가 맞는다는 점이 확인됐다.

여기에는 SNP(단일 염기 다형성) 마커 분석 기법을 활용했다.

이 기법은 오래 방치된 유골에서 DNA 정보가 일부 훼손됐더라도 분석이 가능하고, 직계 가족뿐만 아니라 방계 가족까지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6·25 전사자 유해 발굴 등에 이 기법이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SNP 기법을 사용한 결과만으로는 공신력을 갖지 못한다.

기술적으로 이 분석 기법으로는 '가능성'을 평가하는 정도로 활용할 수 있을 뿐, 정확한 검증은 STR(짧은 염기서열) 분석 기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국가기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역시 친족 관계를 명확하게 나타낼 수 있는 STR 분석 기법을 쓰고 있다.

조사위는 STR 분석 기법으로 교차 검증을 해 해당 유골을 신원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국과수는 내달 초 STR 분석 기법을 통한 검사 결과를 조사위에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의학자는 "코로나19 검사를 할 때 자가검사를 먼저 해보고 양성이 나오면 PCR 검사를 통해 확진 판정을 받는 것처럼 SNP 기법으로 스크리닝을 먼저 해보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5·18 암매장 진실] ③ 암매장 연관성 인정되나…남은 과제는
◇ 행불자 신원 확정돼도 '암매장 증거' 찾아야
유력한 암매장 장소로 지목되던 옛 광주교도소에서 5·18 행방불명자의 유골이 발견된 것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암매장이 강하게 의심되지만 이를 역사적 사실로 확정하기 위해서는 연결고리를 찾는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

행불자의 사망 원인과 장소, 시신 매장 경위 등 일련의 과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조사위는 우선 유골의 신원이 A씨로 최종 확정되면 전체 1천800여개 뼈조각(262기) 중에서 A씨의 유골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유전자 검사는 대퇴부로 진행됐는데 나머지 부위에 대한 유골을 퍼즐처럼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유족에게 인계하기 위한 작업이기도 하지만, 완성된 유골을 통해 사망 원인을 유추할 수 있는지 재차 확인 작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위는 또 매장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 당시 교도관 등을 상대로 옛 광주교도소 매장 부지에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위 관계자는 "암매장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확인해야 할 사안이 많다"며 "논란이나 의심의 여지가 남지 않도록 연관성을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18 암매장 진실] ③ 암매장 연관성 인정되나…남은 과제는
◇ 암매장지 추가 발굴 탄력받나
5·18 행불자의 암(가)매장을 추정할 수 있는 이번 DNA 일치는 그동안 번번이 실패하던 암매장 발굴 조사에 실낱같은 희망으로 다가왔다.

조사위는 이미 5·18 진압 작전에 투입된 계엄군으로부터 암매장을 지시했거나 실행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여기에는 군용 지도를 작성해 상부에 보고했다거나, 묘지 사이 사이에 시신을 묻었다는 구체적인 진술도 포함됐다.

그동안 자체적으로 암매장 추정지를 선정해 여러 차례 조사했지만 유의미한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추가 발굴이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론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었으나, 행불자 유골이 확인되면서 발굴 조사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됐다.

조사위 역시 기존의 증언 등을 토대로 또 다른 행불자의 시신이 매장된 상태로 남아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사위는 옛 광주교도소 인근 부지와 민간인 학살 사건이 벌어진 너릿재 인근 등 30여 곳을 대상지로 선정하고 발굴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또 5·18 항쟁이 끝난 이후 암매장한 시신을 수습한 일명 '사체 처리반'이 운용된 정황도 포착하고 관련 증거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5·18 단체 관계자는 "의혹만 무성했던 5·18 행불자 암매장이 사실이었다는 게 유력해지고 있다"며 "시간과 예산의 문제로 한정적이었던 과거의 발굴 조사를 교훈 삼아 대대적인 발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