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광주교도소 261구 유골 중 1기 유전자, 5·18 행불자와 같아
다른 유골 2기도 관련성 높아…5·18 진상조사위, 직접 분석 '성과'

[※ 편집자 주 = 2019년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 묘지에서 무더기로 발굴된 유골 262기 가운데 5·18 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된 사람의 유골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42년여 만에 처음으로 암매장 시신과 행방불명자의 연관성이 구체적 증거로 확인됐습니다.

정확한 분석과 신원 확인 행불자에 대한 조사가 남았지만, 처음으로 확인된 암매장 정황에 5·18 역사적 사실이 규명되리라는 기대감이 높습니다.

옛 광주교도소 유골의 5·18 행불자 확인의 의미와 앞으로 남은 숙제를 3편의 기사에 담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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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암매장 진실] ① 42년만에 확인…'DNA, 행불자와 일치'
2019년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 묘지에서 유골이 무더기로 발견됐던 당시, 해당 유골 검시에 참여한 5·18단체와 현장 관계자들은 "5·18 행불자와 관련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단언하다시피 했다.

유골이 맨눈으로 봐도 오랜 세월 방치된 것처럼 보여 40년 전 유골처럼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추측은 2년 9개월여 만에 뒤집혔다.

옛교도소에서 나온 유골 262기 가운데 5·18 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된 사람의 유골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5·18 암매장 진실] ① 42년만에 확인…'DNA, 행불자와 일치'
◇ 옛 광주교도소 무더기 발견 유골, 5·18 행불자 연관성 확인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에 따르면 2019년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굴된 262기의 유골 중 1기가 행불자로 인정된 A씨의 가족 DNA와 99.9% 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조사위는 유전자 비교 분석이 가능한 162기의 유골 정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이관받아 재조사를 해왔다.

삼촌이나 조카 등 방계까지 확인할 수 있는 DNA 분석 기법(SNP·단일염기 다형성)을 도입해 검증 범위를 넓힌 끝에 기존 5·18 행불자임을 확인했다.

더욱 정밀한 DNA 분석(STR·짧은 반복서열) 절차와 A씨의 사망 원인·행방불명된 경위·암매장에 이르게 되는 과정 등에 대한 조사가 남았지만, 42년 만에 5·18 암매장 의혹과 행불자 연관성이 처음으로 드러난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분석이 진행 중인 유골 가운데 다른 2기도 행불자 유골일 가능성이 커 기대감을 모은다.

[5·18 암매장 진실] ① 42년만에 확인…'DNA, 행불자와 일치'
◇ 옛 광주교도소 무더기 유골 발견 경위
2019년 12월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 묘지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유골 더미가 발견됐다.

법무부가 해당 부지에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를 체험하는 법 교육기관인 '광주 솔로몬 로파크'를 조성하려고 무연고자 묘지를 이장하려다 합장묘 1기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유골을 무더기로 발견했다.

봉분 흙더미에서 40여기, 그 아래 콘크리트 유골함에서 40여기 등 80여기가 수습됐다.

추후 국과수가 분류 작업을 거친 결과 수습 유골은 총 262기의 개별 유골로 확인됐다.

옛 광주교도소는 5·18 당시 계엄군이 사망한 민간인을 암매장한 장소로 지목했던 곳으로, 5·18 행방불명자와의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돼 관심을 모았다.

유골을 국과수 본원으로 옮겨 X선 검사한 결과 카빈총 탄두도 발견되기도 했다.

[5·18 암매장 진실] ① 42년만에 확인…'DNA, 행불자와 일치'
◇ 직접 분석에 나서 조사위 '성과'
5·18 행불자를 찾는 것이 주요 과제였던 조사위는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굴된 유골에 주목해왔다.

국과수의 유골 유전자 분석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5·18 연관성이 없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왔지만, 이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관련 조사를 계속할수록 5·18 행불자가 포함됐을 것이라는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작전에 참여했던 계엄군 중에서 26명이 암매장과 관련된 내용을 증언했는데 암매장을 직접 지시한 장교, 그것을 실행한 병사, 목격자 등이 진술했다.

특히 시신을 공동묘지 분묘 사이 사이에 암매장했다는 구체적인 증언 등은 조사위가 직접 검증에 나선 배경이 됐다.

조사위는 법무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국과수로부터 162구에 대한 DNA 정보를 이관받아 민간 기관을 통해 검증에 나섰다.

그 결과 유골 발견 2년 9개월여만에 기존 5·18 행불자와 옛 광주교도소 발굴 유골 간의 접점을 극적으로 찾아냈다.

송선태 5·18 진상조사위원장은 "행불·사망·암매장 경위 등을 추가 조사해야 한다"며 "262기의 뼈마디가 1천800개 정도 되는데, 행불자 관련 뼛조각도 모두 분류해 찾아 유족에게 인도해야 하는 절차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