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 한 회의에서 나오면서 쓴 비속어가 논란이 되자 그 대상이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국회라고 22일(현지시간)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외교 참사 대신 169명 민주당 의원들에게 화살을 돌려보자는 저급한 발상 또한 낯부끄럽다"라고 비판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뉴욕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날 방송사 영상에 잡힌 윤 대통령의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는 발언에 대해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돼 있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이 해당 발언을 한 것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최로 열린 '제 7차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걸어 나오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행사에서 "의회의 우리 파트너들과 협력해 국제기금(글로벌 펀드)에 60억 달러를 추가 기부해 전체 금액을 140억달러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국제기금 조성을 위해 미 의회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만약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말했다면 '이 XX'의 주어는 60억 달러 규모의 국제기금 승인의 키를 쥐고 있는 미 의회가 된다.

이에 대해 김 수석은 "여기에서 미국 얘기가 나올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예산 심의권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야당이 이 같은 기조를 꺾고 국제사회를 향한 최소한의 책임 이행을 거부하면 나라의 면이 서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했다"며 "'우리 국회에서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박 장관의 말은 영상에 담겨 있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날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대한민국 정부는 글로벌 펀드에 1억불 공여를 약속했다. 대한민국 국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며 우회적으로 대통령실의 해명에 힘을 실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왼쪽)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공동사진기자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왼쪽)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공동사진기자단
김 수석은 야당을 향해 "대통령의 외교 활동을 왜곡하고 거짓으로 동맹을 이간하는 것이야말로 국익 자해 행위"라고 밝혔다.

해당 발언이 우리 국회를 향한 것이어도 비속어를 쓴 것은 문제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오가는 듯한 거친 표현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동맹을 조롱하는 국가처럼 전락하는 것에 대해 분명히 짚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대표기관 민주당 169명의 국회의원이 정녕 XX들이냐"고 지적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