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황에 단기채 상장지수펀드(ETF)가 인기를 끄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점점 더 만기가 짧은 채권을 담은 ETF에 몰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뭉칫돈 몰리는 단기채 ETF…만기 짧을수록 더 잘 팔려
22일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전날까지 자금이 가장 많이 들어온 단기채 ETF는 ‘KODEX KOFR금리액티브’였다. 1조2570억원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가 단 하루짜리인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극단적으로 짧은 만기 때문에 수익률은 높지 않지만 리스크가 사실상 제로(0)인 ETF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기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 역시 리스크 헤지용 자산으로 이 상품을 선택하면서 꾸준한 자금 유입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TF 내 채권들의 평균 만기가 약 11일인 ‘KODEX 단기변동금리부채권액티브’에도 2190억원이 몰렸고, ‘TIGER 단기통안채’(약 70일)에도 1533억원이 들어왔다. ‘TIGER 단기채권액티브’(약 100일)에는 1233억원, ‘KODEX 단기채권PLUS’(약 180일)에는 1081억원이 순유입됐다. 만기 이외의 다른 요소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는 상품들이다.

단기채권형 ETF의 만기와 자금 순유입액이 반비례하는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중장기채권형 ETF보다는 단기채권형 ETF를, 그중에서도 만기가 더 짧은 채권형을 찾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례적으로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음에 따라 이 같은 경향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 초까지 금리 인상 기조가 누그러지지 않는다면 만기가 긴 채권과 이를 담은 ETF의 수익률은 지속적인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밖에 없어서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금리 인상 기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수익을 내진 못하지만 안정적인 단기채권형 ETF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