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현지 상황 탓 하루 순연" 설명…홍보수석, 홀대 논란에 "폄하 시도, 유감"
英 참전용사에 국민포장 수여 후 미국 뉴욕으로 이동해 유엔 총회 참석
조문 취소?…대통령실 "英왕실서 시간조정, 장례식 직후 조문록"(종합)
영국 런던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한 뒤 곧바로 조문록을 작성할 예정이라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애초 조문록 작성은 윤 대통령의 런던 도착 첫날인 전날 진행하는 쪽으로 조율됐지만, 런던의 현지 상황을 고려한 영국 왕실의 시간 조정으로 하루 미뤄졌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어제 이른 오후까지 도착한 정상은 조문할 수 있었고 런던의 복잡한 상황으로 오후 2~3시 이후 도착한 정상은 오늘로 조문록 작성이 안내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님의 명복을 빌며 영국 왕실과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자유와 평화 수호를 위해 힘써오신 여왕님과 동시대 시간을 공유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는 취지로 조문록을 작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오늘 조문록을 작성하는 다른 나라 정상도 있나'라는 기자 질문에는 "어제 이른 오후 이후에 런던에 도착한 정상들에게는 오늘 작성하는 것으로 안내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같은 설명은 윤 대통령의 조문록 작성 일정이 재조정되면서 국내 일각에서 '외교 홀대' 논란이 제기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취지로도 보인다.

전날 윤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과 달리 조문 일정에 공식 초청받지 못해 영국 왕실과 정부 측으로부터 불충분한 의전을 받았다는 '지라시'(정보지)가 유통된 바 있다.

이와 관련, 김 수석은 "위로와 애도가 줄을 이어야 하는 전 세계적인 슬픈 날"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말들로 국내 정치를 위한 이런 슬픔이 활용되는 것은 유감"이라고도 말했다.

김 수석은 "영국 신임 총리 또한 '한영 양자회담' 개최를 희망했으나 저희의 도착 시간 관계로 부득이하게 앞으로 시간을 조율해 만나기를 희망한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마치 우리가 홀대받은 것처럼 폄하하려는 시도, 그것을 루머와 그럴듯한 거짓으로 덮는 시도에 대해선 잘 판단해달라"고 당부했다.

영국 측이 전날 공항에서 리셉션장까지 사이드카 4대를 배치했다며 "250여 명의 정상에게 이 정도로 배치되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전날 리셉션장으로 들어가면서 개인 차량이 아닌 셔틀버스를 이용한 데 대해서도 "스페인 국왕 부부 등이 그 버스에 탔다"며 "영국 왕실의 절차와 관례에 따르는 것이 조문객으로서의 도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7시)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되는 여왕의 장례식에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참석한다.

장례식은 사제의 미사 개시, 영국 총리의 성경 봉독, 찬송, 장송 나팔 연주, 전원 묵념 등의 순서로 약 1시간 동안 진행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 부부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 간 연대를 위해 몸소 실천한 여왕의 서거를 애도할 예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장례식 참석과 조문록 작성을 마친 뒤에는 영국 한국전참전용사협회장인 빅터 스위프트(88) 씨에게 국민 포장을 수여한다.

한국전쟁 당시 영국 육군 왕립전자기계공병군단 소속으로 참전한 스위프트 씨는 1998년부터 현재까지 보훈 사업과 한영 교류 활성화에 기여해온 인물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부부가 전날 밤 버킹엄궁에서 열린 찰스 3세 국왕 주최 리셉션에서 각국 정상들과 환담을 한 사실도 추가로 공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루나이 국왕은 모친이 한국을 방문한 뒤 손주들에게 한복을 사왔는데 아름다워서 아이들이 좋아했다고 했다"며 "몽골 총리는 '한국이 세상을 보여주는 통로'라고 했고, 파키스탄 총리는 '공식 초청 서한을 보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박 2일간의 영국 런던 일정을 마치고 제77차 유엔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으로 이동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