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나의 사회 초년시절
아들과 소주 한잔하며 한가한 주말 저녁을 보내다 아들이 곧 사회로 나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옛날 사회 초년생 시절 좌충우돌하던 생각이 났다. ‘아들이 사회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머리를 스쳤다. 아들에게 소맥 한 잔 말아 보라고 했다. 서툴렀다. 걱정이 더 커졌다.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려 하는데, 아들 나이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옛일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잘한 기억은 없고 참으로 미숙하고 어리석고 바보 같고 후회스러운 여러 일이 떠오르자 잠은 사라지고 갑자기 ‘이불킥각’이 되어 버린다.

돌이켜 보면 정말 운이 좋았다. 일을 철저히 엄격하게 가르치면서도 야근하고 있으면 먼저 퇴근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술을 사며 인생 상담을 해주던 좋은 선배들을 만났다. 경쟁보다는 서로 돕고 위로가 되는 동기들이 있었다. 그들 덕분에 천둥벌거숭이처럼 세상에 나왔어도 큰 사고 안 당하고 잘 성장할 수 있었다. 로펌 파트너가 된 이후에는 아주 실력 있고 성품이 좋은 많은 후배와 함께 일할 수 있어 도움을 많이 받았다. 무엇보다 일을 통해 고객으로 만났지만 긴 인생을 함께 갈 수 있는 좋은 선후배, 친구들이 되어준 분들과 오랜 시간 중요하고 보람찬 일들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정말 모든 것이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판검사와 변호사의 진로를 선택하던 시기에는 학생과 변호사 사이에 사법연수생이라는, 2년간의 학생 같지만 공무원 생활이 있었고 돌이켜 보면 이 시기가 사회생활에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일종의 완충기로 작용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로스쿨을 졸업하고 바로 로펌에 들어오기 때문에 학생 신분에서 바로 신입 변호사가 되어 고된 로펌 초년생의 길을 걸으니 적응하기가 여간 만만치 않을 듯하다. 다시 한번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불안과 걱정 속에 시작하는 모든 직장 초년생에게 필자와 같은 행운이 깃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함께 사는 사회이므로 선배들이 올챙이 시절을 잊지 않고 후배들을 잘 보듬는다면 얼마든지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옛말에 가깝지 않으면 원수 될 일이 없다고 한다. 가정과 직장이 한순간에 지옥으로 돌변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구성원이 아주 가깝고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서일 수 있다. 직장 상사들은 후배들을 대할 때 이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오늘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 내서 성장하는 젊은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