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들의 MBTI를 아십니까
고등학생인 둘째 아들이 갑자기 물어왔다. “아빠는 성격유형검사(MBTI) 유형이 어떻게 돼요?” 순간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너 잘 걸렸다. 내가 MBTI 전문가인지 몰랐지?’ 평소 MBTI에 관심이 많던 필자는 아들의 유형을 분명히 맞힐 자신이 있었다. 15년을 직접 키워낸 아들 아닌가.

MBTI 지식을 뽐내며 아들의 유형을 당당히 말했지만 아들은 내 예상과 달리 ‘선의의 옹호자(INFJ)’였다. 두 개는 맞혔지만, 두 개는 틀렸다. 아들을 반밖에 몰랐던 셈이다. 아들의 유형을 곰곰이 되새겨보니 그제야 왜 아들이 엄마와 사소한 일에서 스타일이 달랐는지 이해가 됐다. 아들은 ‘판단형(J)’, 엄마는 ‘인식형(P)’ 유형이어서 감정이 안 좋을 때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필자가 인생의 첫 주례를 부탁받았을 때, 나는 부부에게 MBTI를 검사받고 서로의 성향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반응해야 한다고까지 강조했는데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의 유형을 모르고 있었다. 부끄러웠다.

‘아들의 MBTI 교훈’을 회사에도 적용해봤다. 가장 자주 보고, 잘 안다고 생각한 몇몇 동료의 MBTI를 다시 꼼꼼히 들여다보니 내 예상과 달랐던 이들이 제법 됐다. 아들 못지않게 매일 보고 일하는 일부 동료의 성향을 잘 몰랐던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서로 영어 이름을 쓰며 존칭하는 수평적 문화로 격 없이 편하게 일하는 회사인데도 말이다. 일부 동료는 필자의 업무 스타일을 이해하기 힘들었겠다는 뒤늦은 후회도 들었다.

함께하는 이들의 MBTI가 제각각인 것도 놀라웠다. 과거 우리 기성세대는 동질성을 강조해 다름에 대한 이해 없이 상대방을 바꾸려는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MZ세대는 만남부터 서로의 MBTI를 물으며 타고난 상대방의 성향을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또 그들은 그들의 생각대로 진화하고 발전한다. 우리 기성세대는 그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함께 일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아들, 딸이 다니고 싶어 하는 은행을 만드는 게 필자의 목표! 이 글을 읽는 독자와 함께 질문해본다. “당신은 아들의 MBTI를 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