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해자들 상당한 고통…징계 양정기준에 부합"
샴푸로 입 헹구기·흡연 강요…"해병대원 강등 적법"
후임병들에게 샴푸로 입을 헹구게 하고 흡연을 강요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해병대 병장이 강등 처분을 받고 상병으로 전역하자 억울하다며 행정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인천지법 행정1-1부(박강균 부장판사)는 해병대 전역자 A씨가 해병대 모 사단 간부를 상대로 낸 강등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해병대 모 사단에서 병장으로 복무하던 중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강등 처분을 받고 상병 계급으로 전역했다.

구체적인 징계 사유는 가혹행위와 영내 폭행·상해였다.

그는 같은 해 2∼8월 후임병들에게 샴푸를 입에 넣고 헹구게 하거나 물 1.5ℓ와 콜라 700㎖를 강제로 마시게 했다.

한 후임병에게는 모기약을 얼굴에 뿌렸고 하루에 담배 5∼6개비씩, 2주 동안 70∼80개비를 강제로 피우게 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A씨가 자신의 사타구니를 닦은 물티슈를 들이밀면 냄새를 맡거나 얼굴에 뒤집어써야 했다.

A씨는 일회용 라이터로 귀이개를 불에 달군 뒤 후임병들의 팔이나 손등에 갖다 대기도 했으며 손소독제를 바른 후임병 손에 불을 붙였다.

이 때문에 일부 피해자는 손에 화상으로 인한 흉터가 생겼다.

그는 가혹행위뿐 아니라 후임병 4명의 팔뚝이나 허벅지 등을 양 주먹으로 30차례 폭행한 적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군 검찰단 보통검찰부는 직무수행군인 등 폭행 혐의로 A씨를 기소했고, 그는 전역 후인 올해 4월 인천지법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A씨는 상병 계급으로 전역한 뒤 징계 결과에 불복해 항고했으나 해병대 측이 기각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행정소송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친근감의 표시로 짓궂은 장난을 쳤을 뿐 괴롭히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가혹행위나 폭행으로 볼 수 없고 강등 처분은 재량권을 넘어선 징계여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행위가 폭행이나 가혹행위에 해당하고 강등 징계도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형사소송 1심 재판에서도 공소사실과 관련해 다투지 않았고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며 "그의 행위는 사회 통념상 폭행·가혹행위·상해에 해당하고 단순한 친근감의 표시나 장난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A씨에게 내린 강등 처분은 징계양정 기준에도 부합한다"며 "강등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군대 내 인권 보호와 기강 확립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