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연금 개혁·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 현안 산적
기획·재정 부처 출신·차관→장관 후보자 '이례적'

조규홍 보건복지부 차관이 7일 복지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넉 달 동안 장관 공석 상태인 복지부가 제대로 진용을 갖추게 될지 주목된다.

조 후보자는 행정고시 합격 후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뒤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기획·재정 부처에서 보낸 '예산통'이어서 복지장관 후보자 발탁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조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재정 등의 개혁이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예산 전문가로서 복지 사각지대 문제의 해소나 코로나19 대응에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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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재정 부처 출신·복지 차관→장관 직행 사례 1번뿐
그동안 기획재정 부처 출신이 복지부 차관으로 발탁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장관이 된 사례는 드물었다.

1993년 보건사회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름이 바뀐 뒤에는 노무현 정부 시절 45대 변재진 장관(2007년 6월~2008년 2월)이 유일했다.

변 전 장관은 기획예산처 출신으로 장관직에 올랐다.

복지부 차관이 곧바로 장관이 된 사례도 변 전 장관이 유일했다.

그는 2006년 2월부터 2007년 6월까지 15개월 동안 복지부 차관을 지낸 뒤 장관이 됐다.

조 후보자는 지난 5월 초 차관이 된 뒤 넉 달 만에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번 후보자 지명은 지난 7월 4일 김승희 전 후보자가 사퇴한 지 2달여 만이다.

그 전에 정호영 후보자가 논란 끝에 사퇴한 바 있어 지난 5월 10일 정부 출범 이후 120일 만에 다시 복지장관 후보자가 지명됐다.

대통령실은 코로나19 전문가도 장관 후보자로 염두에 두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사 검증 과정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많았고 장관직을 고사하는 사례도 이어지면서 후보자 지명이 늦어졌다.

대통령실은 조 후보자에 대해 "2006년 복지분야 재정투자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장기 국가비전인 '비전 2030' 입안을 총괄했다"며 "상생의 연금개혁 추진 등을 통한 지속 가능한 사회보장제도 확립, 사회복지 및 보건의료 분야 재정지출 효율화, 건강보험제도 개편 및 필수·공공의료 강화 등 핵심 국정과제 실현을 이끌어 줄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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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개혁 속도 낼 듯…개혁 추진 속도 예상
조 차관의 후보자 발탁을 놓고 복지부 내에서는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과장급 인사는 "대통령이 몇 달간 같이 일을 해보고 잘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예산 등을 놓고 기재부와 부딪칠 일이 많다.

복지부 편이 돼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고 한편으론 불안감도 있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예산 전문가인 만큼 국민연금 개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달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착수하며 개혁 작업에 시동을 건 바 있다.

내년 3월 재정계산을 완료한 뒤 하반기 국민연금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는 일정을 정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소득대체율(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같은 수치 조정을 하는 '모수개혁'에 우선 집중하면서도, 국민연금과 다른 직역연금 간의 통합 등 '구조개혁'과 관련해 국회 특위 논의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후보자의 발탁에는 이런 개혁을 높은 강도와 빠른 속도로 추진하는 데에 적임이라는 판단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1일에는 연금 분야 문외한이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재정과 금융 전문가인 김태현 예금보험공사 전 사장을 임명하기도 했다.

정부는 건강보험에 대해 과감한 지출개혁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달 재정개혁추진단을 발족해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수술'을 시작했다.

새정부 3번째 복지수장 후보자…할일 많은 복지부 진용 갖출까
◇ 코로나19 대응·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 과제
국민연금 개혁은 국민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추진이 중요한데, 조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이 부분에서 조정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정부는 '덜 내고 덜 받는'(보험료 인상과 소득대체율 하향) 개혁을 기조로 두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소득대체율이 낮아지면 국민연금의 노후 생활 보장 기능이 줄어들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많다.

기획재정부가 연금개혁을 전담하는 연금과를 만들 계획이 알려진 가운데, 기재부 출신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국민연금 개혁 과정에서 효율을 중시하는 논리만 강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복지장관은 예산이 아니라 실제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를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예산전문가가 (장관으로) 오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복지를 비용이나 지출 정도로만 바라보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외에도 코로나19 겨울 유행에 대비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도 안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여름 재유행이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전문가들은 계절적 요인이나 면역력 감소, 새로운 변이의 등장 등으로 올겨울 다시 큰 규모의 재유행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수원 세 모녀 사건으로 복지 사각지대가 여전함이 드러난 가운데 보육원 등 보호시설을 떠난 청년들의 잇따른 자살, 발달장애인 보호자의 자녀 살해와 자살 사건 등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새정부 3번째 복지수장 후보자…할일 많은 복지부 진용 갖출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