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이재명 "털다가 안 되니까 엉뚱한 것 갖고 꼬투리"
'尹정권' 성토장 된 광주 현장 최고위…"야비한 보복" "군사작전하듯" 격앙
'檢소환 기습'에 野 전면전 선포…"尹, DJ 잡아간 전두환 같아"
더불어민주당은 2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소환 통보를 윤석열 정부의 대야(對野) 도발로 간주하고 대대적 반격에 나섰다.

권력형 비리 의혹도 아닌 '공개 발언'의 허위 여부를 문제 삼아 대표 취임 나흘 만에 소환 통보를 한 것은 검찰의 의도적 망신 주기라는 판단이다.

이날 오전 광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 회의는 이른바 '윤석열 정부 검찰'에 대한 당 지도부의 집단 성토대회장이었다.

앞서 찾은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와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말을 아꼈던 이 대표도 결국 입을 열었다.

이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오랜 시간을 경찰, 검찰을 총동원해 이재명을 잡아보겠다고 했는데 결국 말꼬투리 하나 잡은 것 같다"며 "먼지털이 하듯 털다가 안 되니까 엉뚱한 것 가지고 꼬투리를 잡았다.

적절하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檢소환 기습'에 野 전면전 선포…"尹, DJ 잡아간 전두환 같아"
최고위원들의 목소리는 더 격앙됐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국정이 아니라 사정이 목적이었던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의 속내가 명백해졌다"며 "정치검찰이라는 호위무사를 동원해 제1야당 대표를 소환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죄 없는 김대중(DJ)을 잡아갔던 전두환이나 죄 없는 이재명을 잡아가겠다는 윤석열이나 뭐가 다르냐"며 "윤석열 정권은 참 나쁜 정권이고, 윤석열 대통령은 참 나쁜 대통령 같다"고 했다.

이어 "먼지털이식 수사를 계속했지만, 몸통의 꼬리도 못 잡고 먼지도 나오지 않으니 결국 선거법으로 기소하는 그런 야비한 정치보복과 야당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며 "이는 대국민 선전포고이자 진보·민주·개혁 진영에 대한 도발"이라고도 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검찰이 군사 작전하듯 기습적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전 교수를 기소했던 그날 밤이 생각난다"며 "이 대표 소환일인 6일은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여부 결과 발표가 예고된 날이다.

왜 하필 같은 날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렇게 비정한 정치, 이렇게 유치한 정치보복은 당장 그만두라"며 "검찰을 호위무사로 삼아 야당을 탄압한다면 국민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檢소환 기습'에 野 전면전 선포…"尹, DJ 잡아간 전두환 같아"
검찰의 소환 통보가 윤석열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 국민의힘의 내홍 등 어수선한 여권에 대한 시선을 돌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라는 주장도 터져 나왔다.

특히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급작스러운 출석 요구는 '명절 밥상 민심'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위라는 것이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검찰의 소환 타이밍도 참 절묘하다.

추석 밥상에 '이재명 소환'을 올리겠다는 것"이라며 "아울러 검찰은 (각종 의혹이 제기된) 김건희의 시간을 이재명의 시간으로 바꿔치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최고위원은 또 "이 대표가 선의로 내민 손을 비틀고 꺾은 것은 추락한 국정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여당 내 추악한 권력다툼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친명계인 김남국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폭락하고 김건희 여사의 새 의혹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검찰의 소환 통보는) 국민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가을에 찬 바람 불면 칼바람 불 거다.

그러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라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라'라고 했다는 설이 여의도 정치권에 파다하다"며 "예견된 정치보복 수사였다"라고도 했다.

'檢소환 기습'에 野 전면전 선포…"尹, DJ 잡아간 전두환 같아"
지난 대선은 물론 이번 8·28 전당대회에서도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부각해왔던 비이재명계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리스크 현실화에 적잖이 당황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친문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려했던 것이긴 하지만 취임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이렇게 검찰이 들이닥칠 줄은 몰랐다"며 "일단은 윤석열 검찰에 맞서 다 같이 싸우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당권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당이 단합하면서 그간 누적된 계파 갈등이 다소 희석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지도부 관계자는 "윤석열 검찰의 칼춤 앞에 친명도 친문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뭉쳐도 힘든 싸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당이 하나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대여 공격에 친명·비명이 단일대오를 유지하고는 있으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비명계의 불만이 당의 갈등을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단 당 대표를 향한 검찰의 '기습 일격'에 민주당은 전면전을 불사할 방침이다.

그 전장은 공교롭게도 전날 문을 연 정기국회다.

'김건희 특검'은 물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을 요구하는 당내 강경파 주장에 당분간은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협치와 협상은 어려워졌다.

결국 정기국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특검법의 당론 추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