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플랜티스 "내가 이길 수 있다" 맞대응"…주최 측 "내년에 한 번?"
프레이저-프라이스의 유쾌한 도발 "듀플랜티스, 100m내기 어때"
세계육상연맹 브뤼셀 다이아몬드리그 공식 기자회견 중 '마미 로켓' 셸리 앤 프레이저-프라이스(36·자메이카)가 마이크를 잡고 장대높이뛰기 '젊은 황제' 아먼드 듀플랜티스(23·스웨덴)를 바라봤다.

"몬도(듀플랜티스의 애칭)에게 질문하겠습니다.

저는 자메이카에서 온 프레이저-프라이스입니다.

"
'역대 여자 최고 스프린터'로 꼽히는 프레이저-프라이스의 돌발 행동에 기자회견장에는 웃음이 터졌고, 곧 탄성이 터져 나왔다.

"몬도는 100m를 얼마나 빠르게 뛸 수 있죠? 나를 이길 수 있나요?"
예상치 못한 선수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은 듀플랜티스는 당황하며 "질문이 뭐였죠?"라고 되물었다.

프레이저-프라이스는 "100m에서 나를 이길 수 있냐고요"라고 재차 물었고, 듀플랜티스는 "물론입니다.

내가 이길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1일(현지시간) 열린 벨기에 브뤼셀 다이아몬드리그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유쾌한 장면이었다.

프레이저-프라이스의 유쾌한 도발 "듀플랜티스, 100m내기 어때"
프레이저-프라이스는 질문을 이어갔다.

그는 "장대높이뛰기의 조주로(도약하기 위해 달리는 구간)가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고, 듀플랜티스는 "나는 45m를 달린다"고 말했다.

실제 장대높이뛰기의 조주로는 '최소 40m'다.

'역사상 최초의 남자 장대높이뛰기 선수'인 듀플랜티스는 조주로를 가장 길게 활용하는 선수로 꼽힌다.

장대높이뛰기 선수 중에는 '속력'에서도 으뜸이다.

프레이저-프라이스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100m를 최근에 뛰어본 적은 있는가"라고 듀플랜티스를 압박했다.

듀플랜티스가 "고교 시절에는 100m 경기에도 출전했다"고 응수하자, 프레이저-프라이스는 "5년 전 일 아닌가"라고 받아쳤다.

듀플랜티스가 마지막으로 100m 공식 경기에 출전한 건, 2018년이다.

듀플랜티스의 100m 최고 기록은 2018년 3월 23일에 작성한 10초69다.

바람이 초속 2.0을 초과(초속 2.1m)해 기록이 공인되지 않았던 2018년 4월 26일에는 10초57을 뛴 적이 있다.

프레이저-프라이스의 유쾌한 도발 "듀플랜티스, 100m내기 어때"
듀플랜티스는 브뤼셀 다이아몬드리그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내 100m 개인 최고 기록은 10초57이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빨리 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에 프레이저-프라이스는 "100m 내기를 해볼까"라고 제안했고, 듀플랜티스는 "좋다.

난 많은 것을 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내 둘은 악수를 하며 "내기 성사!"를 외쳤다.

프레이저-프라이스의 농담 섞인 질문이 세기의 성대결로 이어질 수도 있다.

브뤼셀 다이아몬드리그 미팅 디렉터 킴 헤바에르트가 "두 선수가 원한다면 내년 이 장소에서 100m 이벤트 경기를 열 수 있다"고 말했고, 듀플랜티스는 "좋다.

내년에 브뤼셀에서 나와 프레이저-프라이스의 100m 대결이 열린다"고 유쾌하게 답했다.

프레이저-프라이스의 유쾌한 도발 "듀플랜티스, 100m내기 어때"
프레이저-프라이스는 세계선수권 여자 100m에서 5차례, 올림픽 여자 100m에서 2번 우승한 '역대 여자 최고 스프린터'다.

2017년 8월 아들 지온을 얻은 프레이저-프라이스는 출산 후 기록이 더 좋아졌다.

프레이저-프라이스의 출산 전 100m 최고 기록은 10초70이었다.

아들을 얻은 뒤 프레이저-프라이스는 개인 최고 기록을 10초60으로 0.10초나 줄였다.

올해에는 무려 6차례나 10초6대 기록을 작성했다.

프레이저-프라이스의 유쾌한 도발 "듀플랜티스, 100m내기 어때"
듀플랜티스는 우사인 볼트 은퇴 이후 가장 인기 있는 육상 선수로 꼽힌다.

올해 3월 베오그라드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서 6m20의 실내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듀플랜티스는 7월 유진 실외 세계선수권에서는 6m21의 실내외 통합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올랐다.

듀플랜티스가 등장하기 전,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아이콘은 세르게이 붑카(우크라이나)였다.

실외 세계 1∼4위 기록도 모두 붑카(6m14∼6m11)가 보유했다.

그러나 이제 실외 남자 장대높이뛰기 1, 2, 3위 기록은 듀플랜티스가 작성한 6m21, 6m16, 6m15다.

실내경기에서도 듀플랜티스는 역대 1∼4위 기록(6m20, 6m19, 6m18, 6m17)을 모두 만들었다.

'마미 로켓' 프레이저-프라이스는 필드 종목인 장대높이뛰기에서 적수가 없는 듀플랜티스를 '트랙'으로 끌어들이며 승리욕을 자극했다.

프레이저-프라이스와 듀플랜티스의 유쾌한 설전이 오간 뒤, 각종 육상 커뮤니티에서는 "둘의 100m 대결을 보고 싶다.

꼭 대결이 성사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긴 글이 쏟아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