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레미콘 공장에서 레미콘 차량들이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레미콘 공장에서 레미콘 차량들이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시멘트업계가 9월1일부터 시멘트가격 15%인상을 강행하면서 레미콘업계가 전국 조업 중단(셧다운)을 검토하는 가운데, 정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긴급 중재에 나섰다.

1일 건자재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일 국토교통부 주도로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시멘트업계, 레미콘업계 등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갖는 다. 지난달 삼표시멘트를 시작으로 한일, 성신양회, 한라 등 시멘트업계가 줄줄이 가격 인상 방침을 밝히면서 레미콘업계와 갈등이 벌어진 이후 갖는 첫 중재 시도다. 국토부는 시멘트값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를 담당하고 있으며, 산업부는 인상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시멘트업계를 담당하고 있다. 기재부는 시멘트값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레미콘업계의 셧다운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비하고자 이날 회의에 참가하게 된다.

중기중앙회 역시 시멘트 중소레미콘간 갈등을 이달 중순 출범할 대통령 지속 상생특별위원회 1호 안건으로 상정해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 본부장은 "중소레미콘업계는 올해에만 최대 35%급등한 시멘트가격 인상으로 최악의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며 "중소레미콘업계와 시멘트 대기업간 자율적 상생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중기중앙회가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멘트 공장 제조 시설(소성로)
한 시멘트 공장 제조 시설(소성로)

중소레미콘업계는 지난달 25일 700여명의 대표들이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 집결한 가운데 시멘트값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대규모 규탄대회를 가졌다. 레미콘업계는 시멘트업계가 지난달말까지 가격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전국적인 '셧다운'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레미콘업계는 추석 이후 전국적인 셧다운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900여개 업체 대부분 셧다운에 동참할 전망이다. 셧다운이 발생하면 2016년 이후 6년만이다. 당시에도 시멘트값인상 영향으로 전국 1000여개 레미콘 공장이 일제히 조업을 중단해 건설 현장이 올스톱됐다.

중소레미콘업계와 마찬가지로 건설업계도 시멘트업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건설업계 구매조직을 대표하는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지난달 31일 시멘트 가격 인상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 건자회는 "시멘트업계가 유연탄 가격인상·탄소배출권 등의 표면적 사유를 들어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극심한 수급 불균형을 유발하는 데다 투명하지 않은 유연탄 도입 가격을 구실 삼아 동일한 시기·동일한 가격으로 담합적인 추가 단가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인해 건설업계는 재난적인 공사원가 인상으로 공사포기·중단을 심각하게 고민하며 회사 존폐의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이라며 인상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시멘트업체들이 우월적 시장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행위를 자행하는 부분에 대해, 사정기관(공정거래위원회)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시멘트업계는 시멘트 제조 연료인 유연탄 가격을 비롯해 전력비, 물류비, 환경부담금, 인건비 상승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연탄 가격이 톤당 4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게 오르고 있고, 현재 시멘트가격은 유연탄 값이 현 시세 대비 3분의 1정도 였던 지난해 가격(톤당 평균 135달러)을 기준으로 형성됐다"고 말했다. 유연탄은 시멘트 제조 원가의 30%를 차지한다. 시멘트업계는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시멘트를 팔면 팔수록 손해만 커져 생산 중단을 고려해야할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9월1일부터 삼표시멘트는 11.7%, 한일시멘트는 15.0%, 성신양회는 13.5%, 한라시멘트는 14.5% 각각 시멘트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