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국제평화포럼 기조연설…전문가들 북핵·한반도 정세 놓고 토론
빅터 차 "北 협상 관심없어…7차핵실험 이후 기회있을 수도"
강인덕 "담대한 구상 실천 여부는 北에 달려…새판짜야"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30일 윤석열 정부의 대북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의 실천 여부는 "북쪽에 달려 있다"며 북한이 핵문제 해결의 길로 나올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강 전 장관은 이날 통일부가 주최한 '전환기시대 한반도 통일비전과 남북관계'를 주제로 한 '2022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 기조강연을 통해 "북한이 (대화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새판을 짜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측의 호응을 촉구하는 것은 물론 어려운 문제일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우리는 북쪽을 설득시키고 가능하면 북쪽의 핵을 억제하고 평화적으로 통일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우리의 갈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제사회와 남북한, 우리 내부에서 그것을 밀고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며 대북 압박과 함께 전략적 사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어 "북한 핵은 비대칭적인 무기이기 때문에 한미의 확장억제 전략으로 막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면서도 "미국의 핵우산이 더욱 신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고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 북한의 도발 억제 노력이 강화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북한이 2020년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북한이 큰 위협을 느끼고 있는 '대북 심리전'이 우리의 비대칭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협상 과정에 참여했던 강 전 장관은 "당시 평화통일 3대 원칙을 비롯한 중요한 안이 합의됐지만 중요한 원칙들은 완전히 실현된 적이 한반도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호르스트 텔칙 전 서독 헬무트 콜 총리 외교안보보좌관은 기조연설에서 "오늘날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반도 지역의 긴장 고조, 강대국 간 투쟁 등 풀기 어려운 문제를 목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심지어 새로운 핵 시스템을 개발해 우주까지 핵화하려는 국가들이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 패배를 막기 위해 핵을 사용한다면 악몽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텔칙 전 보좌관은 1960∼1980년대 미국과 소련의 파워게임 속에 유럽이 했던 일련의 선택들을 소개하며, 오늘날 국제사회가 이를 참고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안보와 데탕트(긴장 완화)는 여전히 동전의 양면이다.

좋든 싫든 상대국 눈높이에 맞춰 그들의 안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상대방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나 식량 등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각종 유인책을 제공하라"고 제언했다.

이어진 세션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를 놓고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북한은 지금 현재는 협상에 관심 없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접촉 노력을 했지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답이 없었고 김 부부장은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 부소장은 이어 "지금 처한 상황은 외교력을 통한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북한이 응답하지 않기 때문에 쉽지 않다"며 우리가 모색할 수 있는 다음 기회는 북한의 7차 핵실험 이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와 미국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가 뭔지 정의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서는 "복잡한 얘기하지 말고 물건을 들고 오라는 것"이라며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체제는 우리 정부가 보장해 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 표현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의 자세가 가장 중요하지만, 주변국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담대한 구상'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하더라도 체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협상 재개 이전 단계에서 대북제재 결의안의 부분적인 완화, 유예, 면제 등의 선제조치를 취해야 북한 측의 입장에서 담대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