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0호 사업재편 승인기업 둘러보는 장영진 차관 / 사진=연합뉴스
제300호 사업재편 승인기업 둘러보는 장영진 차관 / 사진=연합뉴스
국내 자동차 부품사 중 일부는 업계 위기 속에서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로 사업재편에 나서 성과를 내고 있다.

명신산업은 자본시장에서 투자를 유치해 선제적 사업재편에 나선 경우다. 명신산업은 2013년 2월 사모펀드(PEF)인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330억원을 투자받은 것을 시작으로 신영 프라이빗에쿼티, KB자산운용 등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자금을 끌어들여 사업 재구조화를 단행했다. 미래차 시장에 미리 대비하면 기회가 있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공격적 투자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명신산업은 핫스탬핑 부품 제조에 주력하면서 해외 사업을 개척해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사업재편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2017~2020년 3년간 명신산업의 매출은 연평균 66.7%나 증가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물론이고 미국 테슬라까지 고객사로 확보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기업공개(IPO) 과정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정부의 사업재편 지원 제도인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내연기관차 전장부품을 주로 생산하는 이씨스는 올해 사업재편 승인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 회사는 정부 지원 아래 2027년까지 공장 신축과 설비 도입 등에 382억원을 투자해 자율주행차 통신융합 모듈 분야로 신규 진출할 계획이다.

자동차 케이블을 주로 생산하던 인팩(옛 삼영케불)은 중국산 공세에 케이블 매출이 꺾이자 기활법 지원을 받아 전자식 주차 제동 시스템, 에어서스펜션 솔레노이드 밸브 등 미래차 분야로 사업을 재편했다.

넥스트칩도 중국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다가 폐쇄회로TV(CCTV) 사업에서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개발 회사로 전환한 경우다. 명암 변화와 악천후에도 사물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카메라 기술 노하우를 자율주행차 용도로 전환한 넥스트칩은 ‘ADAS(첨단운전자 보조시스템)’ 통합반도체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 1위 자동차 엔진용 피스톤 제조업체인 동양피스톤도 사업재편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이 회사는 2018년 11월 우신공업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용 인클로저 사업부를 인수한 뒤 양산 설비를 확충하고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지금은 현대차에 연료전지용 인클로저를 납품하는 등 신사업 매출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권영대 EY한영 파트너·모빌리티 산업 리더는 “사업재편 승인 제도 등을 활용해 기업 스스로가 적극적인 사업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며 “지금은 선제적 사업재편에 나설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