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문을 연 코스트코 김해점에 들어가려는 소비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문을 연 코스트코 김해점에 들어가려는 소비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회원제 창고형 할인마트 코스트코가 경남 지역에 처음으로 상륙하면서 소비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로 수도권에 점포를 내던 코스트코의 지방 공략이 속도를 내자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유통업계가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개점 첫날 인산인해

경남에 상륙한 코스트코…유통가 '초긴장'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전날 경남 김해 주촌면에 코스트코 김해점을 열었다. 1994년 서울 양평동 1호점을 시작으로 국내에 낸 17번째 점포다.

개점 첫날 김해점 인근은 이곳을 찾은 소비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마트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는 차량이 주변 도로 한 개 차로를 차지하고 500m 넘게 이어졌다. 김해시는 경찰의 협조를 받아 교통정리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김해시 교통정책과는 태스크포스(TF)까지 별도로 꾸려 운영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경남 지역에 들어선 첫 코스트코이다 보니 호기심을 가진 소비자가 몰리면서 개점 초기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트코가 국내에 운영 중인 17개 매장 중 절반이 넘는 9개 매장은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부산과 울산에도 코스트코가 있긴 하지만 김해 일대에서 장을 보러 가기에는 먼 거리라는 게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3년 전 김해에 코스트코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처음 돌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역이 들썩거릴 정도로 주민들 관심이 컸다”고 말했다.

○“주류 경영학으로 설명 안 돼”

경제계에선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사진)이 김해점 개장을 앞두고 방한한 크레이그 옐리네크 코스트코홀세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매장을 함께 둘러봤다. 현대카드는 2019년부터 코스트코코리아의 단독 카드 제휴사다. 코스트코는 한 국가에서 한 카드사와만 파트너 계약을 맺어 회원들에게 카드를 발급한다.

정 부회장은 “몇 년 동안 코스트코와 일하면서 여전히 신기한 점이 있다. 주류 경영학으론 설명이 안 된다”는 소감을 SNS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그는 “코스트코가 매장을 열 때마다 본사 최고경영진이 와 점검하는데, 형식적인 점검이 아니라 진짜 세밀하게 점검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경영진이 한국의 모든 매장을 방문해 재점검한다”며 “세계에 코스트코가 많을 텐데, 어떻게 시간적·체력적으로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코스트코는 전체적으로 매우 실질적이고 합리적이면서 보고서, 또는 숫자만 주고받으면 초래될 수 있는 허점을 극도로 경계한다”며 “월스트리트 문화와 완전 대척점에 있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품 소싱은 보수적인 것 같으면서도 트렌디하다”며 “해산물부터 1억5000만원짜리 TV까지 없는 것이 없다”고 했다. “실행은 간결하고 빨라 불필요한 패스가 없는 고급 축구를 보는 느낌”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인플레 태풍’도 피해 간 코스트코

정 부회장이 언급한 것처럼 코스트코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상품·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글로벌 소싱 시스템을 통해 엄선한 4000여 개 상품을 최저가에 공급받아 이익을 거의 남기지 않고 판다. 대신 엄격한 판매비용 관리와 연회비 수입을 통해 이익을 거둔다.

미국 코스트코홀세일은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플레이션 시기에 눈에 띄는 실적을 내고 있다. 코스트코홀세일은 2021회계연도에 1920억달러(약 256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1632억달러·약 217조원) 대비 17.6% 증가한 금액이다. 매출총이익은 213억달러(약 28조원)로 17.0% 늘었다. 코스트코코리아도 2021회계연도에 매출 5조3523억원을 올려 전년(4조5229억원)보다 18.3% 증가했다. 코스트코의 회계연도는 전년 9월부터 그해 8월까지다.

박종관/김해=김해연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