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도 성공…정자·난자 없이 생겨 심장 박동
임신·질병 연구에 도움…인간에도 번질라 윤리논란 대두
생쥐 '인공배아' 속속 등장…"복제양 돌리 떠올릴 사안"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거치지 않고 생쥐의 배아를 만들었다는 연구결과가 다시 나왔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은 줄기세포로 '인공배아'를 만들었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25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에 실었다.

앞서 이스라엘 바이츠만 연구소의 과학자들도 쥐의 줄기세포로 초기 단계의 뇌, 심장, 창자를 갖춘 배아를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이달 1일 학술지 셀에 게재한 바 있다.

생쥐를 이용한 이 같은 인공배아 연구는 의료·보건 분야의 활용 잠재력 때문에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학계는 이 연구가 배아의 초기 발달, 질병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는 세포학 전문가인 루이스 몬톨리우 스페인 국립바이오테크연구소 교수는 "복제양 돌리의 탄생을 떠올리게 할 극적인 과학적 진보"라고 말했다.

돌리가 1996년 암수교배 없이 체세포를 토대로 탄생했다.

그 사건으로 다 자란 포유류는 복제할 수 없다는 과학상식이 깨졌다.

몬톨리우 교수는 "새 기술혁명을 앞둔 게 분명하다"며 "아직 매우 비효율적이기는 하지만 잠재력이 엄청나다"고 생쥐 인공배아를 평가했다.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은 임신이 초기 단계에 중단되는 이유, 체외 수정란이 70%까지 착상과 발달에 실패하는 이유를 살피려고 인공배아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자연 배아의 경우에는 연구용 기증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윤리 문제에 휘말릴 수 있어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생쥐의 배아 줄기세포와 다른 두 종류의 줄기세포를 연구실 내 특수 배양접시에서 합쳐 인공배아를 만들었다.

생쥐 '인공배아' 속속 등장…"복제양 돌리 떠올릴 사안"
수정 후 8.5일이 지날 때 정도까지 발달한 이들 인공배아는 심장이 뛸 정도로 자연배아와 흡사한 구조를 지닌 것으로 관찰된다.

연구를 주도한 마그달레나 저니카-괴츠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자연배아와 구별이 불가능해 연구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쥐 배아의 전체 발달 과정에서 뇌의 발달을 연구할 첫 모델"이라고 향후 이뤄질 구체적 연구항목을 소개했다.

학계는 현재 8.5일 정도밖에 유지하지 못하는 생쥐 인공배아의 발달 기간을 궁극적으로 생쥐 임신기간인 20일 정도까지 늘리는 게 당면 과제다.

생쥐 인공배아는 11일 정도가 되면 태반 없이 더 발달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인공태반을 만들거나 생쥐 자궁에 착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지만 실현 가능성은 현재로서 미지수다.

인공배아 연구는 궁극적으로 인간에도 확장될 수 있는 까닭에 윤리적 타당성을 둘러싼 우려가 벌써 제기된다.

과학자들은 인간 인공배아 생산이 당장 시도되지 않더라도 때가 되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바이츠만 연구소,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에 둘 다 참여한 제이컵 해나는 "명백하게 다음에 등장할 일"이라고 장담했다.

이미 다수 과학자는 인간 줄기세포로 배아 전 단계의 배반포와 유사한 구조를 만들어 진짜 대신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인간 배반포 유사체는 14일 이상 키우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가 있지만 학계는 그보다 의욕적이다.

국제줄기세포연구학회(ISSCR)는 일부 제한된 환경에서 규정을 완화해 적용할 것을 작년에 제안했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인공배아를 신생아까지 키우는 게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고려 대상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윤리기준부터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는 촉구가 나온다.

스페인 폼페우 파브라 대학의 생물학자인 알폰소 마르티네스는 "미래에 어떤 시점에 인간 세포에도 비슷한 실험이 이뤄져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실험의 윤리, 사회적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