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상장회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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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은 상속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비정상적인 상속세제를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혁신해 ‘가업승계-일자리 창출-투자 활성화’라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24일 윤창현·최재형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기업법연구소가 주최하고 6개 경제단체(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코넥스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을 위한 개혁과제-기업승계, 일자리 창출, 투자활성화를 중심으로’ 세미나가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윤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기업들이 일자리를 확대하고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성장을 위한 투자를 늘려가는 것이 바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이루는 첫 고리”라며 “‘가업승계는 부의 대물림’이라는 단순하고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의 저평가 원인을 상속세에서 찾았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일본(55%) 다음으로 가장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을 크게 웃돈다. 여기에 기업승계 시에는 최대주주의 주식 가격에 20%를 가산해 과세하는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가 적용돼 최고세율이 60%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주주는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주가를 낮게 유지하고자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물적분할 후 기업공개(IPO), 낮은 배당성향, 저조한 투자설명회(IR) 등으로 주가를 낮추는 현상의 기저에 징벌적 상속세제가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 시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세율을 인하하는 등 상속세 완화가 국제적 추세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한번 소득세 과세대상이었던 소득이 누적돼 상속세 과세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이중과세 측면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상속세와 소득세가 각각 OECD 회원국 중 2위, 7위로 높고 소득세 최고세율을 계속 올리고 있어 전체적인 세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선 상속세제의 합리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임 연구위원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30%로 인하하고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을 모든 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업상속공제는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해서 경영한 기업에 대해 운영 기간에 따라 200~500억원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하는 제도다. 현재 적용대상인 ‘매출액 4000억원 미만 기업’을 모든 기업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본이득세는 상속받은 재산을 물려받을 때가 아닌 추후 처분할 때 과세하는 방식이다. 황승연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대체하면 상속세 이상의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며 “높은 상속세를 피하기 위한 편법을 원천적으로 막아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를 일치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상속세를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동시에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도입해 일반 주주 권리를 함께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이재면 기획재정부 재산세제과장은 “우리나라 상속세 부담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기업단절 현상 방지를 위해 가업상속공제 확대가 필요하다”며 “기재부에서는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 및 공제한도 확대, 사후관리 기간 단축 등을 내용으로 하는 세재개편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