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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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도권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종합 계획(마스터플랜)을 2024년 발표하기로 한 가운데 경기 성남시 분당 등 상당수 1기 신도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작년부터 재건축 가능 연한인 '입주 30년 차'를 맞아 재건축 사업 속도가 비교적 빠른 분당 아파트값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21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8월 셋째 주(19일 기준) 1기 신도시(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아파트 매매가격은 0.02% 내려, 전주 보합에서 하락으로 전환했다. 분당 아파트값 하락 폭이 0.04%로 가장 컸고, 안양시 동안구 평촌(-0.02%)과 군포시 산본(-0.01%)도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고양시 일산과 부천시 중동은 보합을 나타냈다.
"재건축 물 건너 갔나"…분당 집값, 석 달 만에 2억 '뚝'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으로도 비슷한 추세가 확인된다. 8월 셋째 주(15일 기준) 분당 아파트값은 0.07% 떨어져 7월 넷째 주 이후 4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 갔다. 분당구 구미동 '무지개마을8단지' 전용면적 101㎡는 지난 8일 10억원에 거래되며 석 달 전 최고가(12억원) 대비 2억원 급락했다. 분당에서 처음으로 재건축 추진 준비위를 꾸린 서현동 '시범한양' 전용 35㎡는 이달 5일 7억8500만원에 거래되며 이전 최고가(8억원, 2022년 5월)보다 1500만원 하락했다.

일산서구(-0.02%→-0.05%)와 일산동구(-0.01%→-0.02%), 동안구(-0.11%→-0.15%), 군포시(-0.05%→-0.13%), 부천시(-0.06%→-0.07%)도 일제히 낙폭이 커졌다.

1기 신도시는 지난해 분당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총 27만여 가구가 재건축 가능 연한인 ‘입주 30년 차’를 넘기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도시 과밀을 막기 위해 만든 지구단위계획의 용적률 제한에 묶여 있어 현재로선 재건축 추진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은 현행 지구단위계획을 뛰어넘는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을 하루빨리 제정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8·16 부동산 대책'에서 2024년에야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중장기 개발 계획을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1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8·16 대책 발표 당일부터 1기 신도시 주민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024년이면 총선을 앞두고 계획을 발표하려는 것 같은데, 주민들을 총선 볼모로 잡겠다는 것이냐”, “대선 주요 공약인 것처럼 하더니 이번 정부에서 재건축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항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마스터플랜 수립 후 준공까지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어 그 기간 집값에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금리 인상 등 대외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아 당분간 1기 신도시 집값 되돌림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