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를 조짐이다. 최근 이곳에서 발생한 러시아군 기지와 탄약고 연쇄 폭발이 우크라이나 측에 의한 것이라는 보도 이후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 수복 작전을 펼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의문의 폭발이 잇따라 발생한 크림반도에서 18일(현지시간) 또다시 러시아 군사시설을 노린 것으로 보이는 폭발이 일어났다고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크림반도 남부 세바스토폴 벨벡 공군기지 인근에서 이날 적어도 네 차례의 폭발이 있었다.

이에 대해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시장은 “피해는 없으며, 다친 사람도 없다. 러시아 방공부대가 우크라이나 드론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이날 폭발과 연관됐다는 점을 시사했지만 정확한 공격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남부와 연결된 크림반도에서는 이달 들어서만 세 차례 의문의 폭발이 일어났다. 지난 9일에는 사키 공군 비행장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폭발이 발생했고, 6일에도 크림반도 북부 잔코이 지역의 임시 탄약고에서 불이 났다. 중서부 그바르데이스코예 비행장에서도 폭발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CNN 방송은 우크라이나 정부 내부 문건을 인용해 “대형 폭발 사건의 배후는 우크라이나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이 문건은 9일 발생한 사키 공군 비행장 폭발을 “러시아 군사시설의 강력한 일회성 손실”로 묘사했다. 또 “후속 공격은 크림반도를 노리는 우크라이나의 체계적 군사 역량의 증거”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크림반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성지’라고 표현할 정도로 애착을 보이는 곳이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군의 든든한 후방 보급기지 역할을 해왔다. 남부 세바스토폴은 러시아 흑해 함대의 모항(母港)이기도 하다. 러시아에 전략적, 상징적 의미가 큰 곳이다.

AP통신은 “크림반도는 더 이상 후방의 안전한 점령지가 아니라 이번 전쟁의 최전선이자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동부 돈바스와 남부 헤르손 일대에 이어 크림반도까지 전투가 확산하면 이번 전쟁이 변곡점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