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82만 명 넘게 증가했다. 7월 기준으로 22년 만에 최대 폭이다. 실업률도 23년 만에 최저였다. 경기가 둔화되고 있지만 고용은 호황 수준을 유지하는 ‘성장 없는 고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미스터리’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시적 현상’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고용은 대표적인 경기 후행 지표로 지난달 고용 호황은 금리 인상 같은 부정적 요인보다 코로나19 충격 이후 일상 회복 같은 긍정적 요인이 더 크게 반영됐다는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도 “하반기엔 고용이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장 없는 고용?…경기둔화에도 7월 취업자 증가 22년來 최대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847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2만6000명 증가했다. 7월 기준으로 2000년(103만 명)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지난 5월 93만5000명, 6월 84만1000명과 비교하면 줄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연간 취업자 증가폭이 30만 명 안팎인 점에 비춰보면 여전히 강력한 고용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달 15세 이상 연령층의 고용률은 62.9%로 1년 전보다 1.6%포인트 올랐다. 1982년 월간 고용률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7월 기준 40년 만에 최고치다. 연령별로 보면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5.5%에서 47.7%로 2.2%포인트 상승했고 30대(2.2%포인트), 40대(0.7%포인트), 50대(1.8%포인트) 등 전 연령층의 고용률이 개선됐다. 지난달 실업률도 2.9%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실업률 집계 방식을 개편한 1999년 이후 7월 기준 최저다.

고용의 질은 여전히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 중 60세 이상(47만9000명)이 전체의 58.0%를 차지했다. 30대는 취업자가 6만2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고, 40대는 오히려 1000명 감소했다. 다만 ‘공공일자리’ 기여도는 줄어드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주도해 만든 일자리로 꼽히는 ‘공공행정, 국방, 사회보장 행정’ 분야 취업자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4월 37%에서 지난달 23.9%로 13.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제조업 분야 취업자는 지난해 7월과 비교해 17만6000명 늘어나며 9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어 하반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도 고용시장이 호조세를 보이는 이유로는 4~5월 본격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가 꼽힌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2020년 경기 침체로 인한 기저효과는 지난해 고용지표에 이미 반영됐다”며 “최근 고용시장 회복은 일상 회복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올 하반기와 내년에 취업자 증가세가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고, 가계·기업의 심리지수가 위축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고용지표는 경기에 후행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본격화하는 동시에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10월을 전후로 고용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계속되고 있는 고용 호조세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동하는데, 고용이 탄탄하다면 한은이 물가 지표에만 집중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로 1998년 11월(6.8%) 이후 약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