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입니다…차별 허무는 '쉬운 정보'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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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단어 명료하게…발달장애인 정보권, 신체장애인 이동권만큼 중요"
① 면봉이 들어 있는 포장을 뜯어 꺼냅니다 ② 면봉 솜이 있는 쪽을 콧구멍에 2㎝ 정도 넣습니다 ③ 콧구멍 안쪽 피부에 면봉을 대고 동그라미를 그리듯 10번을 돌립니다….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이 만든 코로나19 자가 진단키트 사용 안내서다.
일반적인 자가 진단키트 사용 안내서와는 달리 검체, 추출, 비강, 점적, 대조선, 항원 등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고 실제 사람이 나온 사진과 함께 차근차근 사용법을 알려준다.
발달장애인 등 정보 약자들을 위해 특별히 '쉬운 정보'로 제작된 안내서이기 때문이다.
쉬운 정보(Easy Read)란 간단하고 명료한 글과 글을 보조하는 이미지로 이루어진 정보로, 복잡한 정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쓰인다.
사인물을 만들 때 '사랑'이라는 글자 대신 하트 기호로 표현하거나 '식당'이라는 글자 옆에 수저와 급식 판 그림을 함께 넣는 식이다.
덕분에 글자 읽기가 어려운 발달장애인들도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어려운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 각종 책자·홍보물이나 절차가 복잡한 조문 예법, 성희롱 예방 자료, 배달 애플리케이션 사용법 등도 누구나 알기 쉽게 재탄생한다.
발달장애인에게 쉬운 정보는 세상으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창구인 셈이다.
주명희 소소한소통 총괄본부장은 8일 "상당수의 발달장애인이 의사소통 문제로 바깥 활동에서 어려움을 겪는 만큼 이들에게는 정보가 신체장애인들의 이동권만큼이나 중요하다"며 "쉬운 정보는 발달장애인 등 정보 약자의 정보 접근권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 미국·영국·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쉬운 정보라는 개념이 만들어지고 보편화한 지 30년 이상 됐다.
영국에서는 2001년 발달장애인 전략 백서 '밸류잉 피플'(Valuing People)을 마련해, 공공기관에서 각종 서류를 만들 때 반드시 쉬운 정보 형태로도 만들어 제공하게 했다.
범용 디자인(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제품이나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에서도 발달장애인에게 정보가 효과적으로 전달되는지가 중요한 요소다.
글자 대신 이미지로 표지판을 만들고 글자를 쓰더라도 쉽고 간단한 단어 위주로 사용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쉬운 정보가 무엇인지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데다 제작 업체 역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범용 디자인은 경사로를 만들고 턱을 없애는 등 물리적인 '배리어 프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발달장애인의 권리와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령과 각종 복지지원 등 중요한 정책정보를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작성하여 배포하여야 한다'는 부분이 있지만, 구체적인 시행령은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일부 지자체나 복지 시설에서 자율적으로 쉬운 정보 제작 업체에 의뢰해 복지 관련 안내서, 선거 공약집, 각종 동의서·계약서 등을 쉬운 정보 형태로 만들어 배포한다.
장애인단체와 전문가들은 발달장애인들이 일상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살아가고 폭넓은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쉬운 정보가 널리 쓰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홍미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양천지회장은 "발달장애인의 경우 시각 이미지에 예민하고 간단한 단어로 의사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식당, 놀이공원처럼 아이가 익숙하지 않은 큰 공간에는 필수적으로 표지판을 설치하고 관공서에서는 쉬운 정보를 제공하는 게 일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를 제공하고 청각장애인에게 수어 통역사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발달장애인에게 쉬운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는 관심이 적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소한 공공기관에서는 쉬운 정보 버전으로 홍보물이나 행정 서류를 만들어 비치해야 한다"며 "마트, 쇼핑몰처럼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도 픽토그램을 설치하면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인지 능력이 떨어진 노인, 글을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이 만든 코로나19 자가 진단키트 사용 안내서다.
일반적인 자가 진단키트 사용 안내서와는 달리 검체, 추출, 비강, 점적, 대조선, 항원 등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고 실제 사람이 나온 사진과 함께 차근차근 사용법을 알려준다.
발달장애인 등 정보 약자들을 위해 특별히 '쉬운 정보'로 제작된 안내서이기 때문이다.
쉬운 정보(Easy Read)란 간단하고 명료한 글과 글을 보조하는 이미지로 이루어진 정보로, 복잡한 정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쓰인다.
사인물을 만들 때 '사랑'이라는 글자 대신 하트 기호로 표현하거나 '식당'이라는 글자 옆에 수저와 급식 판 그림을 함께 넣는 식이다.
덕분에 글자 읽기가 어려운 발달장애인들도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어려운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 각종 책자·홍보물이나 절차가 복잡한 조문 예법, 성희롱 예방 자료, 배달 애플리케이션 사용법 등도 누구나 알기 쉽게 재탄생한다.
발달장애인에게 쉬운 정보는 세상으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창구인 셈이다.
주명희 소소한소통 총괄본부장은 8일 "상당수의 발달장애인이 의사소통 문제로 바깥 활동에서 어려움을 겪는 만큼 이들에게는 정보가 신체장애인들의 이동권만큼이나 중요하다"며 "쉬운 정보는 발달장애인 등 정보 약자의 정보 접근권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 미국·영국·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쉬운 정보라는 개념이 만들어지고 보편화한 지 30년 이상 됐다.
영국에서는 2001년 발달장애인 전략 백서 '밸류잉 피플'(Valuing People)을 마련해, 공공기관에서 각종 서류를 만들 때 반드시 쉬운 정보 형태로도 만들어 제공하게 했다.
범용 디자인(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제품이나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에서도 발달장애인에게 정보가 효과적으로 전달되는지가 중요한 요소다.
글자 대신 이미지로 표지판을 만들고 글자를 쓰더라도 쉽고 간단한 단어 위주로 사용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쉬운 정보가 무엇인지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데다 제작 업체 역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범용 디자인은 경사로를 만들고 턱을 없애는 등 물리적인 '배리어 프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발달장애인의 권리와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령과 각종 복지지원 등 중요한 정책정보를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작성하여 배포하여야 한다'는 부분이 있지만, 구체적인 시행령은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일부 지자체나 복지 시설에서 자율적으로 쉬운 정보 제작 업체에 의뢰해 복지 관련 안내서, 선거 공약집, 각종 동의서·계약서 등을 쉬운 정보 형태로 만들어 배포한다.
장애인단체와 전문가들은 발달장애인들이 일상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살아가고 폭넓은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쉬운 정보가 널리 쓰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홍미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양천지회장은 "발달장애인의 경우 시각 이미지에 예민하고 간단한 단어로 의사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식당, 놀이공원처럼 아이가 익숙하지 않은 큰 공간에는 필수적으로 표지판을 설치하고 관공서에서는 쉬운 정보를 제공하는 게 일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를 제공하고 청각장애인에게 수어 통역사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발달장애인에게 쉬운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는 관심이 적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소한 공공기관에서는 쉬운 정보 버전으로 홍보물이나 행정 서류를 만들어 비치해야 한다"며 "마트, 쇼핑몰처럼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도 픽토그램을 설치하면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인지 능력이 떨어진 노인, 글을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