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타바이오가 당뇨병성 신증 치료제 ‘아이수지낙시브(APX-115)’의 유럽 임상 2상에서 1차 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투약군 환자 일부가 임상 기간에 제대로 약을 먹지 않아, 전체 투약군에서의 효능이 낮아졌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다만 이들을 제외한 투약 순응군(ITT)과 중증 환자에서는 통계적 유효성을 확인해, 사람을 대상으로 당뇨병성 신증 치료 효과에 대한 개념증명(POC)을 마쳤다고 했다.

2일 압타바이오 등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29일 APX-115의 유럽 2상 주요결과(톱라인)를 공시했다. 유럽 4개국 16개 병원에서 제2형 당뇨병성 신증 환자 중 약물 투약군 68명과 위약군 72명 총 140명을 대상으로, APX-115 400mg 또는 위약을 1일 1회 먹는(경구) 방식으로 투약해 12주 동안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한 결과다.

미국 임상정보 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따르면 이번 2상의 1차 평가지표는 ‘위약군 대비 APX-115 투약군에서 평균 소변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UACR)의 변화’였다. UACR은 신장 기능 평가를 위한 주요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다.

2상에서 APX-115 투약군의 UACR은 약 20% 이상 감소해, 위약군의 약 3% 미만보다 높은 감소율을 보였다. 다만 이 수치가 통계적으로는 유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체 환자군에서 1차 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한 건, 투약군으로 설정한 68명 가운데 12주 동안 성실히 약물을 투약한 인원(순응군)이 44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란 게 회사 측의 판단이다. 압타바이오 관계자는 “투약군에서 경증환자 24명이 APX-115를 꾸준히 투약하지 않아 모수가 부족해지면서 전체 환자군에서의 통계 수치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약력학·약동학(PK·PD)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APX-115 순응군에 대해 추가 분석한 결과, 순응군의 UACR은 위약군보다 30% 이상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한 결과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APX-115는 중등도 이상의 신증 환자에서는 위약군과 비교해 50% 이상 UACR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고 했다.

순응군과 중증도 환자군을 포함한 환자군에서는 APX-115의 신장보호 효과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유효성을 추정할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주장이다. 순응군을 걸러내기 위한 분석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압타바이오 측은 “현재까지 중등도 이상의 신증 환자에서 효과가 있는 치료제는 없으며, 효과가 확인된 치료제로는 APX-115가 유일하다”고 했다.

회사는 통계적 유의성을 대표하는 ‘P값’도 충족했다고 강조했다. P값은 임상에서 집단 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를 판단하는 지표다. 통상 P값이 0.05 이하면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했다고 본다. 압타바이오 관계자는 “공시상 P값을 0.05 이하로 표기했지만 실제는 이보다 더 낮은 P값을 확인했다”며 “유효성이 없다면 모든 결과에서 P값 자체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성 결과에서도 위약군과 이상반응 발현율의 차이는 없었다. 발생율도 5% 미만으로 모두 투약기간 중 회복됐고, 이상 증상 및 증후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했다.

압타바이오는 당뇨병성 신증에 대한 최적의 약물 용량을 결정하고, 치료적 확증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약물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최적의 캡슐제제의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투약군에서 약물을 모두 투약하지 않은 환자가 나온 것은 임상약의 큰 크기 등 투약의 불편함 때문이란 판단에서다.

압타바이오는 2상의 세부 결과를 오는 11월3일 미국에서 개최되는 미국신장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기존 임상 설계(프로토콜)와 달리 순응군에서만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한 임상 결과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 임상 개발 전문가는 “순응군이 전체 투약군의 65%에 불과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고 보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사전에 순응군에 대한 기준이 정해져 있었는지, 아니면 데이터가 나온 후 순응군에 대한 기준을 자의적으로 세워 결과를 분석한 것인지도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