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가팔라진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아파트 거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고 최대 수억원을 낮춘 급매물조차 시장에서 팔리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0%포인트 인상) 이후 대출 이자 부담이 빠르게 불어난 데다 집값 고점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영향이다.

한은이 연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올 2분기 이후 이어지고 있는 ‘거래 절벽’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때문에 주택시장 분위기가 반전하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금리 '빅스텝'에 거래 절벽…내 집 마련은 '베이비스텝'으로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었을 때 급매물과 경매를 잘 활용하면 내 집 마련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만큼 무리하게 빚을 내기보다는 확보할 수 있는 자금 규모를 꼼꼼하게 따져 생애주기와 입지 조건을 고려해 매입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금리 인상 보폭 커지자 움츠러든 주택 거래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7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에 비해 0.04% 하락했다. 전주(0.03%)보다 하락 폭을 키우며 7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서울 아파트값 하락 폭이 0.04%로 커진 것은 2020년 5월 이후 2년2개월 만이다.
금리 '빅스텝'에 거래 절벽…내 집 마련은 '베이비스텝'으로
서울만의 일이 아니다. 6대 광역시도 일제히 내림세를 띠고 있다. 부동산시장 조정설에도 굳건하게 상승세를 유지해온 광주마저 한 주 전보다 0.01% 떨어지면서 광역시 가운데 오름세를 지킨 지역은 단 한 곳도 없다. 서울과 광역시 아파트값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인 것은 201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까지 활황을 보이던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냉각기로 접어든 것은 금리 인상 영향이 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에 나선 한은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종전 연 1.75%에서 연 2.25%로 0.5%포인트 올렸다.

통상 한은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한다. 한은이 빅스텝에 나선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기준금리가 연 2%대로 올라선 것도 2014년 이후 약 8년 만이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올 7월까지 기준금리를 총 여섯 차례, 1.75%포인트 올렸다. 올 연말엔 기준금리가 연 3%에 이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주택 소비자로서는 8년 만에 최고 수준의 금융 비용을 감수하게 됐다는 의미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맞춰 연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7%를 돌파할 것이라는 게 시장 안팎의 관측이다. 전세대출 금리는 이미 연 6%를 넘어섰다. 이처럼 대출 이자 부담이 빠르게 늘자 실수요자조차 주택 매수 의지를 접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2월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로 1000건 이하를 나타냈다. 상반기 전체 거래량은 7730건으로 2006년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매시장에 관심 두고 급매물 눈여겨봐야”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이 불확실할 땐 쉬어 가는 것도 전략이지만, 조금만 더 발품을 팔면 내 집 마련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경매시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시장 안팎에선 하반기 이후 경매시장에 주택 매물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통상 대출 금리가 지금처럼 가파르게 오르면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한 집주인들이 어느 순간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런 매물이 경매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경매의 가장 큰 장점은 시세보다 싸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약보다 경매 경쟁률이 낮기 때문에 아파트 경매로 눈을 돌리는 실수요자가 생겨나면서 서울 지역 아파트의 낙찰률(경매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법원경매 전문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6월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56.1%로 집계됐다. 전월(35.6%)에 비해 20.5%포인트 높아졌다. 낙찰가율은 올 6월 110.0%로 전월(96.8%)에 비해 13.2%포인트 올랐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서울과 경기 지역 아파트값의 절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경기 외곽으로 경매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며 “경기도권에서 교통 호재가 점쳐지는 지역의 경우 낙찰가율도 높게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연말까진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급매물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올 5월 정부가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면제한 뒤 수도권 아파트 매물이 꾸준히 늘고 있다. 거래 절벽으로 매수 희망자를 찾기 어렵다 보니 추가적으로 호가를 내리는 급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경기 위축 우려가 불거질 때는 아무래도 상업·업무용 부동산에 비해 수요가 꾸준해 가격 하방 압력이 덜한 아파트가 더 관심을 받는다”며 “시세에 비해 10~20% 내린 다주택자의 절세용 급매물이나 경매시장을 활용하는 것도 현명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거주 목적이고 시세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매물이 나왔더라도 매매나 전·월세 시세 추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비슷한 입지의 다른 지역과 가격 변동 추이를 비교하고, 생활 인프라 등을 살펴 미래 가치를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부동산시장 조정세는 급격한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가 맞물린 영향이라 현재 거래 절벽이 급격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며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심화로 실물 자산의 가치가 같이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수준에서 청약을 넣거나 기존 주택 매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보다 실거주 용도라면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교통 요충지에 나온 급매물도 적극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