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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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등 지방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도 내리고 있습니다. 지방 중소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일각에서는 다주택자 규제를 지방 부동산 침체의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습니다. 아파트를 두 채 이상 보유하면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양도세 등 세금 폭탄을 맞게 됩니다. 지방 자산가들이 집을 보유해야겠는데 여러 채를 살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서울에서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고 지방에서는 전세로 살다 보니 지역 부동산 시장이 활력을 잃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이거나 일반적으로(비조정대상) 3주택 이상인 다주택자의 종부세 중과세율(1.2~6.0%)이 적용돼 1주택 기본세율(0.6~3.0%)보다 두 배 가까이 높습니다. 종부세율은 보유 주택 수에 상관없이 0.5∼2.0%였지만, 2018년 9·13 부동산 대책 후 2019년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이 도입됐습니다. 당시 공시가격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은 실거주를 제외하고는 주택담보대출도 금지했습니다.

지난해부터 다주택자들이 고가 지역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지방 중소도시보다는 지방 광역시, 수도권 등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수도권에서도 서울, 서울에서도 강남에 '똘똘한 한 채'를 장만하려는 광풍이 불었습니다. 다주택자를 규제하다 보니 지방 자산가를 중심으로 서울에서 한 채를 사는 사례가 크게 늘었습니다.

여당은 최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종부세 개편을 위한 입법 작업에 나섰습니다. 개정안에는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담겨 있습니다. 이사, 상속 등으로 일시적으로 2주택자가 된 경우나 3억원 이하 지방 저가 주택을 추가로 보유하게 된 다주택자도 1주택자로 간주한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업계에서는 다주택자가 3억원 이하 지방 저가 주택을 보유해도 1주택자로 간주한다는 대책에 대해 환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또 종부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다주택자가 부담하는 종부세 중과세율을 폐지하고 각자 보유한 자산 규모에 따라 세금을 매기겠다는 방식으로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서울에 집이 한 채 있으면서 동해안 등에 3억원 이하 주택을 마련해 주말이나 휴가 때 지내는 사람이 늘어날 경우 지방 주택 경기는 물론 지역 경제에도 온기가 돌 수 있어서입니다. 물론 3억원 이하 저가 주택 매입을 부추기는 건 아닙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다주택자 규제로 지방 중소도시 주택 시장이 보이지 않는 피해를 보았다"며 "지방 중소도시는 수요 자체가 적은 만큼 고향(지방 중소도시)에 집을 마련하는 사람이나 세컨드하우스로 쓰려는 수요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