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1% 급등하며 미 중앙은행(Fed)이 강도 높은 긴축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달 26~2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미국 내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고, 원자재 가격 및 유가가 꺾인 상황에서 연준이 1%포인트 인상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투자자 82% “7월 1%p 인상”

美, 41년 만에 최악 물가…기준금리 '1%p' 인상 가나
6월 CPI는 5월에 이어 198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가 평균 예상치(8.8%)를 크게 웃돌았고 월가에서 가장 높은 예상치(도이체방크, UBS)인 9.0%보다도 높았다. 지난달 가격이 급등한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마저 5.9% 올라 시장 예상치(5.7%)를 제쳤다.

인플레 쇼크에 7월 Fed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넘는 강력한 긴축에 돌입할 거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1.5~1.75%인 기준금리를 2.5~2.75%로 단번에 1%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이다. 13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금리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7월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 확률을 82.1%로 봤다. 전날인 12일 7.6%였으나 대폭 상승했다.

Fed가 9월에 0.75%포인트를 추가 인상할 확률도 하루만에 2.4%에서 76.6%로 치솟았다. 9월이면 기준금리가 3.25~3.5%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Fed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올해 말 기준금리가 3.4%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예측대로라면 이 시기가 3개월 앞당겨진다.

Fed 내부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들도 입장을 바꿨다. 이날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할 수 있냐는 질문에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6월 CPI는 물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고도 말했다. 지난 5월 라파엘 총재는 “9월에는 기준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할 수 있다”고 전망했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이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7월 금리 인상폭은 75bp(1bp=0.01%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더 높아지고 소비 지출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더 큰 폭(100bp)의 인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침체 우려 감수할까

다만 ‘1%포인트 인상’은 쉽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다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채권시장에서는 경기 침체의 징후로 불리는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지난 5일부터 7거래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날 6월 CPI가 발표된 후 미국 2년물 국채 금리와 10년물 금리 차이는 장중 23bp까지 벌어졌다. 2000년 9월 이후 22년 만에 최대다. 2년물은 전날보다 오른 3.14%대에서, 10년물은 전날보다 소폭 하락한 2.9%대에서 거래됐다.

Fed가 이날 발간한 경기동향보고서 ‘베이지북’에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다. 베이지북은 “경제 활동은 5월 중순 이후 전반적으로 완만하게 늘었다”면서 “그러나 몇몇 지역은 수요 둔화의 조짐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했으며 5개 지역에서는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지는 것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월가에서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웰스파고, 노무라증권 등이 미국이 올해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13일 BoA는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하고 내년은 연간 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이 둔화되면서 실업률은 현재 3.6%에서 4.6%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