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 비중이 높아지면서 주민 간 갈등이 한층 첨예해지는 양상이다. 층간소음뿐 아니라 층간흡연, 공용공간의 사적 점유 등 갈등 유형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어서다. 관리사무소가 단속하려고 해도 역부족이다. 입주민에게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동탄의 한 아파트에서는 대형 에어바운스(사진)가 공용공간에 설치돼 논란이 됐다. 입주민 A씨가 관리사무소 허락 없이 설치해 아이들의 물놀이장으로 만든 것. 관리사무소가 철거를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저녁 6시까지 꼭 해야겠다”고 반박한 A씨는 저녁 7시가 돼서야 철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한꺼번에 물을 버리는 바람에 하수가 막혀 잔디밭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서 비난여론이 퍼지자 A씨는 “아파트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층간흡연은 주민 간 고질적 갈등 요인이다. 담배 연기가 환풍구, 출입문, 창문 등을 통해 옆·윗집으로 들어오는 간접흡연에 해당하지만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서울의 한 공동주택 입주민 B씨는 “내가 내 집에서 피우겠다는데 아이들 있는 집은 이사를 가든 하면 되지, 왜 자꾸 남 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는 입장을 밝혀 공분을 사기도 했다. 발코니, 화장실 등 전용 부분은 금연을 강제할 수 없다는 게 그의 강변이다.

실제 아직까지 가정 내 층간흡연 문제는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 공동주택관리법상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및 지하주차장 등 공용공간에 한해 주민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전용 공간인 가정 흡연에 대해서는 따로 법 규정이 없다. 간이 물놀이장을 무단으로 설치한 A씨 사례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공동주택 내 분쟁에 대처할 법 규정도 미비하지만 구속력이 없는 점이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공동주택관리법상에는 ‘간접흡연에 대해 예방 노력을 해야 한다’ 정도의 문구만 있을 뿐 과태료 등 처벌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아 강제력이 없다”며 “입주자대표회의가 규약을 세밀하게 정하거나, 환경부 산하 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업무 범위가 점차 넓어지면 조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남양주시 별빛마을3-5 아파트에서 8년째 관리소장을 맡고 있는 박모씨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생활이 팍팍해지다 보니 예전에는 넘어갔던 작은 갈등이 요즘은 곧바로 불꽃이 튄다”며 안타까워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