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와 경기 침체 가능성이 스타트업들에도 많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털(VC) 투자 시장이 위축되고 스타트업의 몸값 하락과 감원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분간 스타트업의 영업 환경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격동의 시기는 준비된 자들에겐 언제나 기회가 됐습니다. 벤처캐피털(VC)업계에서는 올해나 내년이 투자 '풍작'을 의미하는 '그레이트 빈티지 이어(great vintage year'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큽니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는 대내외 위기의 충격을 견뎌낸 스타트업들은 그만큼 더 높은 도약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합니다. 25년간 VC업계에 몸 담아오면서 1990년대말 글로벌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 스타트업의 부침을 함께 해온 송 대표가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불황의 강을 건너는 지혜'를 들려드립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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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에서 위워크, 에어비앤비 탄생

최근 미디어에서 벤처 투자 축소와 위기론을 일제히 논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기 위축의 파고에서 한국도 예외일 수 없고 스타트업 투자가 다소 보수적으로 돌아설 수 있지만, 과연 스타트업계에서 ‘위기론’까지 제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냉철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최근 정부가 모태펀드 2차 출자를 통해 약 1조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하면서, 올해 총 모태펀드 출자 금액은 1조508억원, 민간 출자금은 1조4843억원으로 총 2조 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또한 최근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스톤브릿지벤처스 등 벤처캐피탈업계의 큰 손들이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의 벤처펀드 결성했다. 이런 현상은 위기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

지난 역사는 우리에게 위기론을 냉철하게 짚어 봐야할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IMF경제 위기 이후 제1차 닷컴 버블이 꺼지는 국면에서 거대 글로벌 IT기업인 구글과 아마존이 탄생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위워크, 에어비앤비 같은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가장 어두웠던 시기에 오히려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든 주인공인 거대 디지털 기업들이 성장했다는 것은 최근 일고 있는 스타트업 위기론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또한 모태펀드 운용사인 한국벤처투자에서 발표한 마켓워치 보고서에서도 국내 벤처펀드 청산 성과는 2008년이 가장 좋았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벤처펀드 청산이 완료된 2004년부터 2021년 중 2008년 결성된 벤처펀드의 납입액 대비 총 가치(TVPI)가 3.58배로 가장 높았다. 금융위기 후 기업가치가 하락한 시점에 투자한 펀드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을 증명하고 있다.

핵심에 집중하고 과감히 베팅하라

경제 주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위기 그 자체보다도 오히려 불확실성이다. 모든 리스크가 시야에 들어오고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시점에서 반등이 기다리고 있다. 그 시점이 오기까지 스타트업들은 지금의 상황을 견딜 수 있는 회사인지 자생력을 살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캡스톤파트너스에서는 투자한 스타트업의 70% 정도가 최소 2년 동안 펀딩이 잘되지 않더라도 생존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하고 있고, 대신 불필요한 사업은 접고 핵심에 집중하고 현금흐름을 꾸준히 늘려가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조언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 모두들 위기를 말했지만 오히려 캡스톤파트너스의 투자 포트폴리오사들은 크게 성장했다. 초신선 식품 플랫폼인 정육각의 경우 지난 3월 대상그룹의 초록마을을 인수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1인 피자 브랜드 고피자는 싱가포르, 인도, 홍콩 시장 진출 후 꾸준한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오프라인 매장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올해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위기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핵심에 집중하고 과감하게 베팅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 벤처캐피털 100개 이상이 업력이 20년이 넘고, 이들은 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잘 버티면 더 좋은 시기가 온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런 이유로 벤처투자 시장이 겨울이라고 말하는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펀드를 결성하고 있고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오히려 기업가치가 낮아지면서 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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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서비스화 된 스타트업들...뿌리 단단해져

최근 들어 스타트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현격하게 달라지고 있다. 의사와 변호사 같은 전문직들은 물론이고 대기업 임원 출신들의 스타트업 창업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똑똑한 엘리트들이 창업을 선택하는 것처럼, 이제 한국 사회도 엘리트 집단이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하는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서 성공 스토리들이 확산되면서 스타트업 창업에 대한 도전 욕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초반까지 한국의 부는 재벌 2,3세의 전유물이였다. 하지만 올해 4월 포브스가 발표한 Korea’s 50 Richest People에 따르면 한국의 부자 50위 내에 카카오 김범수 의장, 스마일게이트 권혁빈 CVO, 두나무 송치형 의장, 토스 이승건 대표 이사 등 스타트업 출신이 대거 선정됐다. 부모의 부가 승계되는 구조가 아닌 스타트업 창업을 통해서 스스로 부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쿠팡과 배달의 민족, 토스와 마켓컬리, 당근마켓처럼 수많은 스타트업 서비스들이 국민 서비스로 깊숙하게 뿌리내리면서, 넘볼 수 없는 벽, 즉 넘사벽이 아닌 도전을 통해서 누구든 성공 신화를 쓸 수 있다는 롤모델을 스타트업들이 만들어내면서 도전의 욕망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캡스톤파트너스는 플랫폼, 인공지능, 바이오, Saas 등의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또한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면서 에너지 대전환에 대비하여 심사역을 보강하였고 에너지 스타트업에 투자를 시작했다. 투자를 결정할 때는 실행력이 좋으면서 탄탄한 기술이 가지고 있는 회사인지 확인한다. 실행력이 좋다는 것은 프로젝트 마일스톤을 세우고 100% 집중하여 그 마일스톤을 빠르게 달성하는 것이다. 또한 당장 매출이 나지 않더라도 돈이 아닌 다른 숫자로 나타나는 성장과 숫자로 잘 나타나지 않는 개발 성과 등이 진전되는 성장을 투자와 후속 투자의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다.

투자자와 피투자사는 마치 결혼과 같다. 배우자가 모두 서로에게 좋은 짝이 돼야하는 것처럼 좋은 스타트업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타트업에겐 좋은 투자자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투자자를 선택할 때는 돈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번 투자한 이후에 계속적으로 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가 조금 재무적으로 어려워지더라도 의미 있는 성장을 알아주고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며 계속 투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사업을 모르면서 돈만 보고 투자하는 곳은 극히 유의해야만 한다.

나무는 겨울을 견디면서 단단하게 성장한다. 스타트업 역시 위기론을 견디면서 더욱 내실을 갖추고 성장한다면 더욱 강해질 것이다. 한국 스타트업계는 이제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뿌리 깊은 나무가 됐다. 지금 일고 있는 위기론을 기회로 삼아 더욱 강하고 내실 있는 경제 주체로한국경제의 미래를 만드는 주체로 성장할 것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송은강 |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국내 1세대 벤처캐피털 캡스톤파트너스에서 선한 영향력과 올바른 기업가 정신을 가진 창업자들에게 투자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설립 초기 투자에 집중하는 이른바 ‘마이크로 VC’를 추구합니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펀드규모가 되는 한 지속적인 후원해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일에 집중하고 몰두하는 뉴칼라(New Collar) 창업자를 찾고 있습니다.

[학력]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 석사(1986-1988)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 학사(1982-1986)

[경력]
캡스톤파트너스 설립자 및 대표이사(2008 ~)
엠브이피창업투자 설립자 및 대표이사(2000-2007)
미국 보스턴 캠브리지삼성파트너스 투자 팀장(1998-2000)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WIN TF팀 과장(1997)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전자 선임연구원(1988-1997)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2018~)
한국엔젤투자협회 이사(2016~)
한국초기투자기관협의회 이사(2020~)
SNU 홀딩스 이사(2021~)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