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2구역, 공사비 770만원 책정…"둔촌주공처럼 될라" 속도전 나서
서울 강북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용산구 한남2구역(조감도) 조합이 공사비를 3.3㎡당 770만원으로 잠정 책정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이 구역과 맞닿아 있는 한남3구역이 2년 전 시공사 입찰 당시 제시한 공사비(3.3㎡당 598만원)보다 약 200만원 높은 금액이다. 특히 다른 정비사업지와 달리 ‘가(假)견적가’로 불리는 ‘적산(積算)가격’보다 낮추지 않고 그대로 공사비로 책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 조합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시공사 입찰 예정 가격을 3.3㎡당 770만원으로 정했다. 총공사비는 약 7700억원이다. 입찰 예정가는 대의원 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입찰 예정가가 이대로 확정되면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회사는 3.3㎡당 770만원 이내로 공사비를 제안하면 된다. 한남2구역 재개발은 용산구 보광동 272의 3 일대(대지 8만1515㎡)에 지하 6층~지상 14층, 30개 동, 1537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건설업계에선 한남2구역 조합의 공사비 책정에 대해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500만원대인 서울시내 다른 정비사업지보다 770만원이라는 금액 자체도 높은 데다 통상 정비사업 조합들은 적산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입찰 예정가를 정하기 때문이다. 적산가격은 도면을 토대로 공사에 소요되는 원자재값과 인건비 등을 단순 합산한 가격이다.

업계에선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의 공사비 갈등으로 인한 공사 중단 사태가 이 같은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 담당 임원은 “최근 원자재값이 급등하면서 시공 계약을 서두르는 조합이 많아지고 있다”며 “입찰 예정 가격을 낮게 책정하면 대형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적산가격대로 공사비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 최대 재건축 사업장인 해운대구 우동3구역도 조합의 낮은 공사비로 인해 세 차례 진행한 시공사 선정 입찰이 유찰됐다.

건설사를 대상으로 하는 현장 설명회는 오는 8월 열릴 전망이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이 사업 수주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입찰 예정가가 770만원으로 결정되면 참여하는 건설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