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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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로 국내 증시가 급속히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이 2년 1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하고, 증시 대기자금 성격을 지닌 투자자예탁금도 57조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개인 투자자가 빚을 내 주식을 사는 ‘빚투’ 잔고도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지난 21일 7조4408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5월 7일(7조3833억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저치다. 국내 증시가 활황이던 지난해 1월 11일(44조4338억원)과 비교하면 83.3% 급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증시가 급락했던 2020년 3월 하루 평균(10조967억원)보다도 26.3%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지난 21일 6조9232억원으로 7조원대 아래로 내려앉았다. 지난 2일(6조6222억원) 이후 최저치다.

투자 심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투자자 예탁금도 감소세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1일 56조9621억원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을 위해 자금이 빠져나간 1월19일(53조8056억원)과 20일(54조200억원)을 제외하면 지난해 1월 20일(53조8056억원)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증시 급락 여파로 빚투 잔고도 빠르게 줄고 있다. 개인이 증권사에서 빌린 매수자금을 의미하는 신용거래융자는 이날 19조8546억원으로 지난해 1월 5일(19조6242억원) 이후 처음으로 20조원대 아래로 내려왔다. 지난 9일 이후 8거래일 연속 감소세다. 개인이 예탁된 증권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빌린 돈인 예탁증권담보융자도 4거래일 연속 줄어 19조8033억원으로 집계됐다.

주가 하락이 예상될 경우 디레버리징(차입 상환)으로 신용 잔고가 감소한다. 또 주가 하락에 따라 담보 비율이 기준선(통상 140%) 이하로 내려가면 반대매매로 강제 청산돼 잔고도 줄어든다.

증권업계에서는 팬데믹 이후 증시를 떠받쳐온 개인투자자의 매수 동력이 떨어지면서 당분간 지지부진한 증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개인은 2020년 초부터 지난 22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168조412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69조7878억원어치, 기관은 88조580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