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경기침체의 그림자…꿈틀대는 금값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값이 꿈틀대고 있다. 주가 급락 시기에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미국 중앙은행(Fed)이 추가 긴축 조치를 통해 물가 상승을 잡을 경우 금의 인플레이션 헤지 역할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에 추세 상승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23일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 따르면 23일 오전 10시 20분 기준 1kg짜리 금 현물 1g 당 가격은 7만6650원을 기록 중이다. 올초 이후 11.17% 올랐고, 이달 들어서는 3.44% 올랐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21.4% 떨어지고, 이달 들어서만 12.9% 하락했다. 금값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경기둔화 우려가 금값을 밀어올리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22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신속하게 나설 것"이라며 "의도하진 않겠지만 당연히 경기 침체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리려면 금리의 급격한 인상이 필요하고, 이로 인해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고 실토한 것이다.

경기침체가 오면 금은 안전자산으로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 실제 최근 들어 주가가 급락할 때마다 금 거래량은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가 전거래일 대비 3.52%(91.36포인트) 떨어졌던 지난 13일 1kg짜리 금 현물 거래대금은 159억원을 기록, 거래대금이 직전 거래일의 7배 가량 많아졌다. 올 들어 22일까지 일평균 거래대금이 82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다만 증권가에선 추세적인 상승 가능성엔 의문부호를 달았다. 금은 통화량이 늘어날 때 실물자산으로 가치가 떨어지지 않아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각광받지만, 반대로 통화량이 줄어드는 국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받기 쉽기 때문이다. 또 긴축으로 시중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가 없는 금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이 증가해 금 가격이 하방 압력을 받기도 한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기둔화 우려가 높아지며 금값이 오르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Fed의 긴축이 이어지면서 금 가격을 누를 수 있어 금값은 앞으로 상승세보다는 박스권을 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