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인권보고서 발간…코로나19 대응·대북전단금지법 신중 접근 강조
"선 화장 후 장례 방역 정책, 사망자·유족 인권 외면"
22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2021 인권상황 보고서'에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북한 인권 실태와 관련된 문제점들도 중점적으로 담겼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확진 사망자들의 임종·장례 절차를 제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이 주로 담겼고, 북한 인권 분야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북한 주민의 피해, 대북전단금지법 논란, 북한인권법 공전, 북한이탈주민 지원제도의 한계 등이 다뤄졌다.

◇ "사망자·유가족 인권 외면…가족 죽음 슬퍼하는 것은 행복추구권"
인권위는 정부가 올해 초까지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해 시행했던 '선(先) 화장, 후(後) 장례' 지침의 허점을 지적하며 '증거에 기반한 방역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권위는 의학계 비판을 인용하며 "어떠한 과학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유족의 추모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라며 "시신으로부터 감염됐다는 보고는 없으므로 시신을 화장해야 할 근거도 찾기 어렵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선 화장, 후 장례' 지침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음에도 사실상 유족들은 다른 선택지를 고려하지 못했다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인권위는 "정부 방역 지침에 협조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압력이 적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이 임종 순간까지 가족과 함께하지 못해 겪었던 심리적 고통과 불안, 유가족들이 원하는 시간과 방식으로 가족의 죽음을 추모하지 못했던 슬픔은 제 3자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며 "2년이 지나 (지침을) '방역조치 엄수 하 장례 후 화장'으로 바꾼 것에 대해 큰 개선이라고 평가하고 넘어가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가족의 죽음을 슬퍼하고 명복을 비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정서"라며 "이와 같은 정서와 행위를 보호하는 것은 유족의 존엄성과 행복 추구권을 보호하기 위해 중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코로나19 손실보상 정책과 관련해선 "국가는 기본권과 재산권 양쪽 이익의 실제적 균형 유지 시도를 포기해서는 안 되며 만일 기본권 제한이 불가피하더라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北 백신 등 인도적 지원 필요…대북전단금지법 신중 적용해야"
인권위는 북한 인권과 관련해서도 코로나19 백신 등 인도적 지원, 대북전단금지법의 신중한 적용, 북한인권정책 체계 정비, 북한이탈주민 지원제도 개선 등을 조언했다.

인권위는 "백신을 포함해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사업은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정치적 사안과 분리해 지속해서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사안에는 정부의 엄중한 대처가 필요하나, 그러한 대처는 북한 주민의 생존권을 볼모로 하는 방식으로 행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니터링 프로그램 등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고 동시에 북한의 책임 있는 자세를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전단 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남북관계발전법과 관련해선 "표현 행위는 해악을 초래할 명백·현존하는 위험성이 입증된 경우에만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면서도 "대북전단 살포 활동의 규제 목적이 명백·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제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부 불명확하거나 과도한 책임을 부여하는 표현과 조항이 있다는 의견을 고려해 신중한 법 적용이 요구된다"며 "근본적으로 남북한 주민 간의 자유로운 정보 교류와 의사소통이 가능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만들기 위해 좀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보고서에는 2016년 북한인권법이 제정됐음에도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지 않고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도 공석으로 남아있는 등의 문제도 담겼다.

인권위는 "북한인권 증진 노력이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과 병행 추진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북한 인권문제가 남북 간 비방 의제가 아닌 협력 의제로 다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보이는 아동, 여성, 장애인, 노인 등 특정 집단의 권리 증진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실질적인 인권정책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인권위는 2019년 탈북민 모자 사망 사건, 올해 1월 30대 탈북민 재입북 등을 언급하며 "북한이탈주민 지원제도는 막상 관련 사안이 발생했을 때 해당 시스템이 적절하게 작동하지 않는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며 "제도를 점검할 때 생애 전반을 관찰하면서 인권 상황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체계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