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자유대 김대중 연례특강에서 'DJ가 준 교훈' 제시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은 15일(현지시간) "세계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을 향해 가면서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많은 빈국에 부채위기가 곧 닥칠 것으로 보이는데, 희생자를 벌하면 안 된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종일 "세계경제 스태그플레이션 향해…희생자 벌하면 안돼"
그는 이날 독일 베를린자유대 한국학연구소가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개최한 '2022년 김대중 연례특강'의 연사로 초청돼 이같이 말했다.

유 원장은 경제 현안 처리에 있어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교훈으로 가장 먼저 희생자를 벌하면 안 된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많은 개발도상국의 연체이자 부담이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다가오는 부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금융기구와 부국 정부가 개발도상국과 협상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삶과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보호하되 질서있는 채무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두번째 교훈으로 신자유주의적 정책 도입으로 부가 부유층에서 서민들에게 확산한다는 '트리클다운' 이론은 실패했다는 점을 꼽았다.

유종일 "세계경제 스태그플레이션 향해…희생자 벌하면 안돼"
그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추진한 여러 국가에서 불평등이 확대되고 빈부격차가 심화했다면서, 극단적 불평등은 세계적 재앙이자, 경제성장세를 저하하는 요인이고, 정치적 안정에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세번째 교훈으로 햇볕정책을 꼽으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은 적에서 동반자가 됐다"면서 "남북관계 악화와 지속되는 북핵위기는 햇볕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햇볕정책의 중단과 뒤집기에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유 원장은 "2차 냉전 내지 3차 세계대전 가능성에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화에 대한 신념과 희생, 완전한 실현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경제민주화를 위한 그의 바람, 갈등과 대립을 평화와 협력으로 바꾼 햇볕정책에서 영감을 얻는 것은 아주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베를린자유대에서 베를린 선언을 발표했고, 2007년에는 베를린자유대가 제정한 자유상의 첫 수상자로 선정돼 연설한 바 있다.

베를린 자유대는 2018년부터 6.15선언을 기념해 김대중 연례특강을 정례화했다.

지금까지 연사로는 한명숙 전 총리, 하르트무트 코시크 전 독일 연방하원 의원,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등이 나선 바 있다.

유종일 "세계경제 스태그플레이션 향해…희생자 벌하면 안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