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모함은 미 국방부의 재산이지만 태평양 바다로 갈 땐 수천, 수만 개 기업들이 같이 지나가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를 주재하면서 미국 항공모함을 예로 들어 정부와 기업 간 관계를 설명했다. 세계 1위 미국 국방력을 상징하는 항공모함을 건조하기 위해선 수많은 미국 기업의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정부와 기업은 하나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약 1시간30분간 열렸다. 윤 대통령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정부와 기업, 학계 인사 50여 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기업들도 경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등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오든 반도체든 배터리든 데이터가 없으면 안 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이 미래 사업들의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공유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성재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세계 1위인 반도체 분야는 우리가 인력을 교육해야 한다”며 “그런데 장비가 있어야 교육할 수 있는데, 장비 하나를 사는 데만 2000억원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복합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관건은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라며 “정부 주도로 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적극 참여해서 (정부의) 전략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 말미에 윤 대통령은 “저녁시간이 특별한 행사가 없으면 많이 비어있으니 기업인들 연락을 달라. 도시락 먹으면서 경제 문제를 의논하겠다”고도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